입력2006.04.03 11:43
수정2006.04.03 11:44
'007 첩보작전으로 6일만에 공금횡령 범인을 잡아냈다.'
최근 금융회사 직원들의 횡령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서울보증보험이 자체 검거팀을 구성, 공금횡령 범인을 신속하게 붙잡아 금융계에 화제다.
지난 98년 구(舊)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이 합병해 출범한 서울보증보험은 자구노력과 영업수지 흑자달성으로 자산관리공사로부터 지원받은 공적자금 1조6천7백여억원 중 1조6천1백억원(97.1%)을 작년말까지 갚아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 1월17일 이 회사 경인채권팀 노 모 과장(39)이 주식투자 손실액을 메우기 위해 회사공금 14억6천만원을 횡령, 잠적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금융회사 횡령사고의 경우 회사측이 곧바로 금융감독원에 보고하고 검찰에 형사고발, 출국금지를 요청하는게 금융회사들의 일반적인 대처방식.
이 과정에서 사고자가 출금조치 전에 해외로 출국하거나 잠적해버려 검거에 수개월이 걸리는게 다반사였다.
이런 까닭에 서울보증보험 박해춘 사장은 "사법당국의 수사를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직접 해결하자"고 결정했다.
회사측은 횡령사고 당일 오후 5시30분 검찰에 고소장 및 출국금지 요청서를 접수하면서 범인검거 작전에 전격 착수했다.
오후 6시 대책회의를 끝내고 즉각 기동수사대를 연상케 하는 △검거 지휘본부 △상시감시조 △정보수집팀 △특별기동반 등 4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이들 팀은 인천국제공항 및 전국의 모든 국제항구에 직원을 보내 24시간 감시체제를 갖췄다.
범인의 처가와 자택 및 고향에도 감시조를 급파, 동정을 살폈다.
다음날인 1월18일 범인의 모든 금융회사 계좌에 대해 가압류도 했다.
회사 홈페이지엔 범인 사진을 실어 직원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했다.
결국 태스크포스는 5일간 거미줄같은 검거망을 친 끝에 단서를 잡았다.
범인과 평소 절친하게 지내는 후배 이모씨가 범인 도피를 돕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
드디어 사건발생 6일만인 1월23일 새벽 6시 추적검거팀은 중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에서 범인 노씨를 체포했다.
서울보증보험은 횡령액 14억원 가운데 11억원을 바로 회수할 수 있었다.
나머지 3억원도 현재 회수중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 보험사 등에서 발생한 각종 금융사고는 총 3백77건에 피해액이 3천7백37억원에 이르지만 대부분 뒤늦게 범인을 붙잡아 회수율은 극히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서울보증보험의 사건 해결 케이스는 이례적이어서 횡령사고 해결 매뉴얼로 만들어 금융업계에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