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신정부 출범 이후 정보수집 및 정부 관련 업무를 재편 강화하고 있다. 정치권 및 사정기관 기류는 물론 조세 공정거래 노동관련 정책의 동향과 시민단체의 움직임까지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의 경우 요즘엔 정계 관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에 대한 정보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기업간 인수·합병이나 경쟁사 동향,업무와 관련 있는 관계 인사들의 동정 등이 주요 내용이었으나 지금은 과도기인 만큼 새 정부 경제정책이나 핵심인물들의 동향 파악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특히 정보팀의 보고 내용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2차 정보팀'까지 가동하면서 정보의 정확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또 개혁 바람과 함께 공직사회가 위축되고 있는 점을 감안,정치권 및 공무원들과의 표면적인 접촉을 피하면서도 정보 입수채널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찾는 데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는 부사장급을 팀장으로 하는 경영정보팀을 운영하면서 정보분석을 강화하고 있다. 정계 소식과 관계의 정책흐름 동향을 챙기기도 하지만 단순한 첩보보고보다는 이를 분석가공해 경영진들이 일상적인 경영활동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정보팀 관계자는 "요즘같이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때에 정보라인의 강화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관련 사업이 많은 SK그룹은 대외업무 담당자를 교체하고 활동을 강화했다. SK텔레콤은 연초 조직개편을 통해 대외업무를 담당하던 CR부문을 사장 직속 CRC(Corporate Relations Center)로 승격시키고 정통부 관료 출신을 총괄부사장으로 영입했다. SK텔레콤은 특히 신용카드,위성방송 등 추진중인 신규사업이 특정부처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부처와 업계,시민단체 등과의 조율을 필요로 하는 것이서 대외창구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SK㈜는 옛 동력자원부 출신에게 대관(對官)업무 총책임을 맡겼다. 현대자동차 그룹의 정보팀 역시 역할을 대폭 확대하면서 △정치권 △관가 △시민단체 등을 '맨 투 맨'식으로 뛰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그러나 새 정부 인사들과 인맥을 구축해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는 전통적 방식보다는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개혁성향이 강한 새 정부에 섣불리 접근하기도 어렵지만 네트워크 연결이 그다지 효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새 정부 출범 이후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구조조정본부 또는 계열사 기획실 등에 대관업무를 관장하는 팀을 만들지는 않고 필요시 그때그때마다 관련 부서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동향을 파악한다는 전략이다. 중견 그룹인 코오롱과 효성은 실시간 보고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상황이 긴박하고 복잡한 만큼 구조본에 소속된 홍보와 조사정보 등을 통해 각종 정보를 속보 형태로 경영진에게 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정보팀이 없다는 효성 측은 "상황이 빠르게 바뀌는 만큼 1주일 단위 정보 보고는 적절치 않다"며 "인터넷 검색이나 네티즌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 사태 추이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데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일훈·정지영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