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도 상가가 극심한 '임대료 분쟁'에 휩싸였다. 서울시가 최근 소유권을 갖고 있는 지하도 상가 내 점포의 임대료를 올리기로 하고 오는 3월 중 시의회에 관련 조례 개정안을 상정키로 하자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서울 지하도 상가는 1976년부터 민간 업체들이 20년간 임대 등으로 사용 후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건립해 왔다. 현재 강남.잠실.영등포 등 26곳 2천6백여개 점포가 개정 조례안을 적용받는다. ◆ 임대료 솟구칠 듯 =서울시는 그동안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던 상가 임대 방식을 공개입찰제로 바꾸거나, 수의계약을 유지할 경우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지금보다 높인다는 방침이다. 상인들은 이렇게 될 경우 보증금과 임대료가 3백∼7백%, 관리비는 70∼90%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청 옆 지하도 상가에서 5평짜리 점포를 운영하는 정인대 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보증금 1천만원에 매달 60만원씩 임대료를 내고 있다"며 "서울시 방침대로 수의계약을 맺으면 보증금 5천만원에 월 임대료가 2백만∼2백50만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서울시 방침은 상인들에게 나가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며 "이명박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가 수입을 올리는 데만 치중한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과거 20년간 임대료가 터무니없이 낮았던 만큼 다른 상인들과의 형평성에 비춰 임대료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도 상가의 임대료는 주변 다른 상가 임대료와 비교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라며 "일부 상인들은 점포를 전대하면서 서울시 임대료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임대한 점포를 다시 세놓는 것은 불법인 만큼 적발된 임차인에 대해서는 계약을 해지하면 된다"며 "장사가 잘 돼 전대가 가능한 일부 점포의 문제를 전체의 문제처럼 확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 법정소송으로 비화될까 =임대료 분쟁은 법정 소송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쟁점은 임대료 책정의 기준이 되는 상가가치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지금까지 새로 평가하는 지하도 상가의 가치를 이미 '저평가'돼 있는 다른 지하도 상가의 가치와 비슷한 수준에서 책정해 왔다고 밝혔다. 때문에 낮은 임대료가 유지돼 왔다는 것. 하지만 앞으로는 지하층 부지가격(상가 지상토지 공시지가의 절반)과 건물가격을 합쳐 상가가치를 계산키로 했다. 보증금은 상가가치의 25%, 임대료는 보증금의 2.4%로 결정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유재산 평가법에 따른 계산이어서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대위측은 "감정평가협회에 자문한 결과 지하도 상가 점포는 '부지에 따른 정착물'이어서 부지와 건물로 구분해 평가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하면 소송을 내겠다"고 말했다. 계약의 성격도 논란거리다. 비대위는 기존 상인들과의 계약은 계약 '갱신'이라는 판단이다. 반면 서울시는 아예 '신규'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 현행 규정상 1년에 25% 이상의 임대료 인상은 불가능하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