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들은 행정고시 13회 출신인 김진표 부총리가 경제팀장을 맡음에 따라 공직 사회의 분위기가 혁신되고 개혁조치들이 의욕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신참 국장 등 대부분의 중.하위직 공무원들은 젊은 경제부총리가 발탁됨에 따라 인사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행시 기수가 높은 고위 간부들은 인사태풍에 휩쓸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눈치다. 일각에선 부처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 젊은 부총리가 업무 조율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 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 '세대교체 바람부나' 기대반 걱정반 김진표 국무조정실장이 새 정부의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임명됐다는 소식에 재경부는 "한솥밥을 먹던 선배가 왔다"며 반기면서도 곧 불어닥칠 세대교체 바람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행시 12∼15회 사이의 1급(관리관) 인사들은 다음 자리를 찾기 위해 벌써부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이에 비해 국장급 및 고참 과장급 공무원들은 인사적체가 해소되고 공직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조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재경부의 한 과장은 "신임 부총리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 새 정부가 추구하는 개혁정책을 보다 힘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너무 갑작스런 세대교체가 이뤄질 경우 한창 일할 나이의 유능한 인재들이 사장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획예산처는 박봉흠 현 차관이 장관으로 승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무에 밝고 친화력이 뛰어나 적임자"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또 박 장관이 행시 13회로 예산처에서 최고참인 만큼 재경부처럼 인사태풍은 겪지 않을 것이라며 안도하고 있다. 현재 1급과 국장급들이 행시 14회 이하여서 이들이 차관과 1급을 맡아 장관을 보좌할 경우 옷벗을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예산처의 한 국장은 "박 장관이 김 부총리와 행시 동기지만 두 사람이 모두 합리적이어서 업무협조가 잘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 "또 외부인사냐" 개탄 산업자원부는 신임 장관에 윤진식 재경부 차관이 임명되자 우려를 금치 못하는 표정이다. 임창열 정덕구 전 장관에 이어 세번째로 재경부에서 내려온 '낙하산' 성격이 강한 데다 외부 인사 출신의 장관이 대부분 좋은 결과를 낳지 못했던 탓이다. 산자부의 한 과장은 "윤 장관은 지난 26일까지도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인물"이라며 당혹해 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중요한 현안이 많은 만큼 흔들림없이 업무를 수행하길 기대한다"면서도 "주력 기간산업과 첨단 미래산업,에너지 등 실물경제 전반에 걸쳐 있는 산자부 업무를 금융전문가인 윤 장관이 제대로 챙길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부는 이상철 전 장관에 이어 업계 출신 장관을 다시 맞음에 따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신임 진대제 장관은 남궁석 배순훈 이상철씨에 이어 업계 출신으론 네번째로 정보기술(IT)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올랐다. 한 고위 관계자는 "신임 진 장관이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IT전문가여서 그동안 추진해왔던 정책기조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민간기업과 정부 부처간 업무 성격이 다른 까닭에 업계 출신 장관이 제대로 일을 해낼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시각도 있다"고 소개했다. ◆ '조직혁신' 기대도 과학기술부는 박호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이 새 장관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에 오랫동안 과학계에 몸담은 인물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박 장관이 지난 99년 5월부터 KIST 원장을 맡아 인사 및 조직 혁신을 주도하고 국책 연구개발(R&D)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노동부는 권기홍 영남대 교수가 신임 장관으로 발탁된데 대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특히 권 장관이 노동문제보다 주로 소득 재분배를 주장해 온 복지전문 경제학자여서 산적한 노사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걱정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권 장관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문화.여성분과 간사를 맡았던 진보적 학자인 만큼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비롯한 개혁 노동정책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현철.정한영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