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새 정부의 각료들을 소개한 자리에서 "적재적소를 인선의 첫째 원칙으로 삼고 지역안배를 보완적 원칙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고건 총리의 각료 소개가 끝난 뒤 40여분 동안 조각 원칙과 국정 운영방향을 소상하게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각료의 주요 인선 원칙은 무엇인가. "인선 과정에서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었다. 고사하는 분도 있었고,또 좋은 분이라고 추천받았는데 막상 검증해보니 일반적으로 과거에 장관이 됐다가 낙마했던 것과 같은 사유를 가진 분도 있었다. 두번 세번 반복해 발굴한 결과 내각 진용을 선보이게 됐다. 그간 걱정이 많았는데 임명장 수여하고 차 한 잔 하면서 대화를 나누니 아주 기분이 좋아졌다. 한분 한분 보면 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약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초기에 해야 될 일을 하는 데는 적절한 사람이라고 자신한다. 적재적소를 인선의 첫째 원칙으로 삼았고 지역안배를 보완적 원칙으로 삼았다. 개혁 장관, 안정 차관을 원칙으로 했지만 이 말이 총리나 차관은 개혁적이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안정성을 갖춘 분이란 뜻이다. 결코 장관들이 불안정하다는 뜻은 아니다. 지역안배는 인선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잘 됐다. 출신 학교는 고려를 못했는데 그것까지 고려하다간 인사가 엉망이 될 것 같아 포기했다. 정치적 색채 없이 실무 중심으로 일해 나갈 사람으로 선정했다." -교육부총리 인선이 빠진 이유는. "교육부총리는 유임되는 것이 아니다. 더 좋은 분을 찾기 위해 시간을 조금 더 쓰려고 했다. 교육부총리는 개혁성도 가지고 있고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동체 의식과 연대의식이 분명한 사람이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갖춘 분을 찾다보니 아직 못찾았다. 몇분 비슷한 분이 있지만 좀 더 좋은 분을 찾기 위해 시간을 더 갖기로 했다." -총리가 제청권을 얼마나 행사했는가. "총리가 국회를 존중하고 총리 신분을 가지고 행동하겠다며 인준안 통과 전에는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인선이 3배수 수준으로 압축됐을 때 자료를 보내서 보게 하고, 의견을 받았다. 총리 건의로 실제로 몇자리가 바뀌기도 했다. 총리께서도 의견을 충분히 말했다. 너무 파격적이라는 의견도 제시했지만 뜻을 설명드려서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제청 과정이 상호협의 과정으로 자연스레 이뤄졌다." -장관들의 임기는 보장되는가. "분위기 쇄신을 위한 개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장관이 잘못이 있어 책임질 경우는 개별적으로 책임을 묻겠다. 가급적이면 오래 책임지고 일하도록 하겠다. 2년에서 2년6개월까지의 임기는 보장돼야 한다. 지속적인 개혁과 안정이 필요한 때다. 원칙적으로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는 것도 좋겠다. 다만 정치권에 제안한 선거구제도와 정치권력구조에 대한 대협상이 이뤄질 경우는 특별한 상황이다. 그 사정 때문이라면 임기는 중단되겠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분들은 2년 이상 임기를 드려 하나의 구상을 어느 정도 정착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 (인선 후 행정이) 전혀 뜻밖인 경우에는 달라지는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없으리라고 본다." -40대 군수와 변호사를 행정.법무장관에 임명한 것은 지나친 파격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이번 인사에 일부 파격적 인사로 보이는 부분이 있다. 이번 인사가 파격적인 게 아니라 그것을 파격적으로 보는 시각이 타성에 젖어 있는 것이다. 어떤 분야 관록을 쌓은 다음에야 비로소 장관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면 사회의 도도한 변화의 흐름을 담아낼 수 없다. 변화가 필요한 부분에는 변화를 추동할 인재를 발탁해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인선했다. 김두관 장관은 순수 지방자치 전문가다. 그는 이미 여러차례 많은 사람에게 검증된 우수한 젊은 자원이다. 법무부에 관해선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법무부를 검찰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 법무부 고유의 업무가 있다. 지금까지 '검찰부' 소속 법무부 역할을 해서 법무부가 제역할을 제대로 못했다. 항상 검찰의 이익을 변호하는 역할이나 해왔다. 법무 장관이 상시 검찰 입장이나 대변하는 장관 활동을 해서야 되겠는가. 법무부를 독립시켜야 하고 아울러 검찰 독립을 확고히 보장해야 한다. 법조계 서열주의 풍토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다. 법조계에서 서열주의가 해소되기 바란다. 내가 서열주의를 존중할 의무는 없다. 아니 존중하지 아니할 것이다. 법무장관이 몇기가 되든 검찰은 소신껏 자기 직무를 다해야 한다. 이와 함께 검찰 고유 권한과 정치적 독립성도 훼손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국민의 검찰, 국민을 위한 검찰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과거 검찰은 권력의 검찰이었지만 이제 국민을 위한 검찰로 돌아가도록 하겠다. 김화중 복지부 장관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마음에 뒀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오늘 다시 만나 복지분야 질문을 해본 후 다시 확인했다." -'빅4' 후속 인사는 언제 하는가. "국민들은 빅4, 빅5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나는 실제로 그것에 대해 관심이 적다. 앞으로는 국정원장에 대해 국민들이 관심을 많이 갖지 않도록 아주 실무적인 사람으로 할 것이다. 국민의 관심을 끌지 않는 국정원장이 되도록 할 것이다. 국세청장도 비록 권한은 막강하겠지만 욕심없이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할 사람으로 하겠다. 국세청장도 법대로 직무를 수행하는 한 고달프고 별 볼일 없을 수도 있다. 검찰총장은 임기를 보장해 주면 좋겠다. 나는 SK 사건에 대해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 이후 불안해서 전화했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검찰이) 일거에 칼을 뽑아 수사하는데 나는 그럴 의도가 없다. 그럴 것만 같은 조짐이 있는데 그건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다." -신 행정수도 문제에 대한 입장은. "신 행정수도는 청와대에서 직접 위원회를 만들어 관장할 것이다. 모든 행정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총리와 각부 장관에게 맡길 것이지만 행정수도는 청와대에서 관장할 것이다." -청와대 비서진의 권한 강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번 정부는 원칙적으로 장관이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자기 책임으로 일해 나갈 것이다. 수석 시어머니는 없다. 총리가 시어머니가 될 것이다. 조정의 과제도 총리실과 국무조정실에서 대부분이 이뤄질 것이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대통령이 개입할 것이다. 청와대가 개입할 때는 수석이 아니라 대통령이 바로 개입할 것이다." -인선에서 지역 편중이라는 인상이 있다. "편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편중됐으면 다음에 시정하면 된다.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춰야지 완전히 소수점 두 자리까지 하면 무리가 생긴다. 잘봐달라."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