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첫 여성 형사단독판사, 첫 여성 법무법인 대표, 첫 여성 민변 부회장에 이어 첫 여성 법무장관까지. 강금실 변호사(46.사시23회)에게 늘 따라 다니는 `첫번째'란 수식어는 남성만이 독점해온 아성에 타고난 `또순이' 기질로 뛰어들어 쟁취해낸 훈장과도 같은 것이다. 75년 2월 경기여고 문과를 수석 졸업하고 서울 법대에 진학한 강 변호사는 대학시절 교내 탈춤반 활동을 하면서 사회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80년 광화문 `민중문화사' 서점 주인 소개로 긴급조치 위반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서울대 철학과 출신인 김태경씨를 만나 4년 열애끝에 결혼했다. 김씨는 88년 강 변호사가 부산지법 판사로 재직시 `이론과 실천'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번역, 출간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현직판사 남편으로서 첫 구속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당시 강 변호사는 판사 신분으로 남편 구속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장문의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구명운동에 나서기도 했지만 3년전 김씨가 출판사를 부도내는 등 사업에 실패하자 이혼했다. 서슬퍼랬던 5.6공화국 시절에는 불법시위 혐의로 검거된 학생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잇따라 기각했으며, 94년 서울민사지법 판사 재직시 소장판사들의 '사법개혁건의서'를 당시 김덕주 대법원장에게 전달하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강 변호사는 96년 서울고법 판사를 끝으로 변호사로 개업하자마자 민변에 가입한 뒤 97년 5월 검찰이 음란물로 기소한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작가 장정일씨 변론을 맡으면서 인권변호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같은해 8월 민가협 주최 양심수 석방 캠페인에 참가, 직접 수의를 입고 0.75평 짜리 모형감방에 갇히는 `투옥' 경험도 마다하지 않았다. 99년 9월 민혁당 사건 변호인을 맡은데 이어 11월에는 납북 귀환어부 함주명씨를 고문한 혐의로 이근안 전 경감에 대한 고발을 주도하는 등 열성적인 활동 덕분에2000년 5월 여성으로선 최초로 민변 부회장에 선임됐다. 그는 2000년초 벤처기업 컨설팅 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지평을 설립해 불과 2년만에 변호사 60여명을 거느린 중견 로펌으로 키워내는 사업수완도 발휘했으며 작년 8월에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선정한 `아시아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한국인 리더' 18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