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첫날밤을 지낸 노무현 대통령은 26일 공식일정만 16개를 소화하는 강행군을 계속했다. 노 대통령은 집현실 인왕실 등 청와대 본관내 접견 장소에서 30분 간격으로 외빈을 맞았다. …노 대통령은 이날 아침 가벼운 조크로 비서진의 긴장을 풀어주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청와대 집현실에 들어선 노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굿모닝"이라고 인삿말을 건넸다. 정찬용 인사보좌관의 "잘 주무셨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잔뜩 긴장해 도열해 있던 비서진은 그제서야 얼굴을 펴고 환하게 웃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집이 엄청 크더라고요. 다리에 살이 올랐어요"라고 말해 또 한 차례 폭소를 자아냈다. 또 카메라 기자들이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해 달라고 요구하자 "이야기하는 척해야지요"라며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해 나갔다. …노 대통령은 오전 8시30분, 유럽연합(EU) 의장국인 그리스의 타소스 야니치스 교체 외교장관 면담을 시작으로 오후 6시까지 15개의 접견 일정을 소화했다. 야니치스 장관과의 만남에서는 전날 미국(10만t의 식량), 호주(밀)에 이어 '대북식량지원 재개'라는 축하선물도 받았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국빈 방문 초청을 받았다. 블레어 영국 총리는 라멜 외교부 국무상을 통해 "오는 7월 개최되는 '진보적 지도자회의'에 참석해 달라"고 요청했고,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상티니 한.불의원친선협회장 편에 친서를 보내 "내년 TGV(고속철도) 시승식때 한국에 가고 싶으며, 노 대통령이 올해 프랑스를 국빈 방문해 달라"는 뜻을 밝혔다. …노 대통령의 취임식을 대하는 일본측의 각별한 관심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전날 취임식에 이례적으로 고이즈미 총리가 직접 참석, 정상회담까지 가진데 이어 이날 나카소네와 모리 전 총리가 1시간 간격으로 노 대통령과 만난 것. 특히 나카소네 전 총리와는 유일하게 배석자 없이 단독면담을 가졌다. 당초 조세형 주일대사와 반기문 안보보좌관 등이 배석할 예정이었고, 실제 이들이 미리 대기하고 있었는데도 독대가 이뤄져 주목을 끌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북한핵 문제 등과 관련한 민감한 문제가 논의된 것 아니냐"며 회담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허원순.김병일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