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채권시장의 엇갈린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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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sinessWeek 본사 독점전재 ]
채권시장은 경제학자들이 향후 경기전망을 예측하는 주요 판단지표로 사용된다.
그러나 최근의 채권시장은 불행히도 하나의 명확한 신호를 주지 않고 있다.
수익률은 역사적 평균치보다 훨씬 낮다.
이는 디플레가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단기채권(3개월물)과 장기채권(10년물)의 수익률 격차는 평소보다 더 크다.
이것은 향후 경제가 회복되고 물가도 오를 것이란 것을 의미한다.
채권시장이 향후 경기전망에 대해 전혀 상반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가장 유력한 해답은 '현재 경제가 매우 서서히 회복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높은 인플레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로드아베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밀턴 에즈라티가 바로 이같은 입장에서 경기를 전망하고 있다.
그는 "10년만기 채권은 우리들에게 '지금 경기는 재침체로 가고 있지 않다'고 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 경제상황에서 디플레는 이슈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고정소득을 노리는 투자자들에게 가격안정은 채권시장 안정에 필수적이다.
채권 투자자들은 인플레와 디플레 모두 달가워하지 않는다.
채권시장의 움직임이 이 두 가지 가능성 모두를 시사하고 있다는 점은 경악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세계경제가 처한 특수한 상황이 이같은 상반된 신호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주식시장이 활기를 보이던 1990년대 후반 채권 가격과 주식가격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최근 3년간의 증시 불황으로 깨졌다.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으로 일제히 발걸음을 돌렸기 때문이다.
나아가 최근 고조되고 있는 지정학적 긴장도 채권시장을 향한 주식 투자자들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로 인해 채권시장의 수요가 증대, 채권가격은 높아지고 수익률은 낮아졌다.
그러나 채권전문가들은 수익률 자체보다 장단기 국채간의 수익률 격차가 향후 경기전망을 시사하는 확실한 신호라고 지적한다.
현재 4% 가까운 10년만기 채권과 1.2% 정도인 3개월 만기 채권간의 수익률 격차는 역사적 평균치의 두배에 가깝다.
이같은 수익률 격차는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이자율을 추가로 인하할 수 있다는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으로 들떠 있다.
이와 동시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들은 모두 디플레에 대한 우려를 덜어주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위스는 디플레에 대한 세간의 우려가 너무 과장돼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만약 디플레 위험이 있다면 10년만기 채권의 수익률이 더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그린로도 "만약 10년만기 채권의 수익률이 1%까지 떨어진다면 디플레 위험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며 "현행 4%대의 수익률은 경제가 가격안정 국면에 있는 걸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물론 경제가 디플레 상황에 빠지면 FRB는 즉각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
지난 90년대 초 디플레 조짐에도 불구, 이자율 인하를 망설였던 일본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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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비즈니스위크 2월19일자에 실린 'Piercing the Bond Market's Confusion'을 정리한 것입니다.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