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본산으로 자리매김해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검찰의 SK 기습수색' 소식에 무거운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난 7일 손길승 회장이 취임한 이후 새 정부에 대한 적극적인 협력을 다짐하며 재계와 차기 정부의 화해 분위기 조성에 앞장섰던 터라 전경련은 이번 사태를 놓고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재계는 새 정부의 기업개혁 정책에 대한 저항세력이 아니며 선진국가 건설을 위해 동반자적 자세로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이미 밝혔었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그동안 재계의 크고 작은 현안에 대해 기업측 의견을 대변해 왔지만 지금은 비상대책회의는 커녕 코멘트마저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전경련 회장이 소속된 회사에서 불거진 일인데다 상근부회장 교체 여부가 걸려 있는 시점이어서 지도부 자체가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처지에 놓인 탓이다. 그야말로 손발이 묶인 형국이다. 직원들도 삼삼오오 모여 이번 사태의 파장을 논의하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손 회장은 전경련 회장 취임 이후 삼성 LG 현대.기아자동차 등과 함께 상근부회장 및 회장보좌역(가칭)을 두어 '주요 그룹 상시협의체제'를 갖출 예정이었으나 이마저도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당장 오는 20일로 예정된 회장단회의의 분위기도 가라앉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장단회의에서는 차기 상근부회장을 내정해 28일 임시총회를 통해 정식 선임할 예정이었다. 사태의 추이에 따라서는 회장단회의 자체가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어서 상황의 추이를 예의주시할 뿐"이라며 "이번 일을 시작으로 재계 전반으로 사정을 확대하면 기업경영 활동이 위축되면서 경제도 더욱 활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