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슬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다양한 서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연하게 이슬람을 서구 문명과 충돌을 일으키는 이질적인 문명으로 인식하고 있다. 시민방송RTV는 시청자들의 이슬람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이슬람 전문가로 손꼽히는 정수일 박사(전 단국대 사학과 교수)를 초빙,특강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정수일의 이슬람과의 대화'라는 제목의 이 프로그램은 오는 20일 오후 11시부터 전파를 탈 예정이다. 정 박사는 옌볜 출신의 동서문명교류사 권위자로서 베이징대,이집트 카이로대 등에서 수학했으며 필리핀 국적으로 한국에 들어와 단국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했었다. 지난 97년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혐의로 구속,사형을 구형받았지만 2000년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정 박사에 따르면 이슬람이라는 말은 '순종과 평화'의 뜻을 담고 있다. 그는 이슬람 문명이 다원적이고 융화적이라고 강조한다. 이슬람은 오래전부터 동서 문명 교류에 기여해왔다는 설명이다. 지정학적으로 이슬람세계의 심장부는 동서양의 중간지대,완충지대에 자리잡고 있어 동서문명 교류의 가교역할뿐 아니라 문명의 산파역까지 담당했다. '한 손에는 꾸르안,다른 손에는 검'이라는 말은 이슬람을 폭력적인 세력으로 규정하는 대표적인 말이다. 그러나 정 박사에 따르면 이 말은 13세기 중엽 십자군이 이슬람 원정에서 패배할 때 이탈리아 스콜라 철학의 대부격인 신학자 아퀴나스가 이슬람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기 위해 한 말이다. 그는 "중세에 기독교 세계와의 갈등으로 서방 사람들이 이슬람을 의도적으로 공포의 대상으로 몰아간 측면이 강하다"며 "강의를 통해 문화상대론적 관점으로 이슬람을 바라봄으로써 아랍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