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반세기만에 남북 육로길이 열렸다. 정계 재계 학계 외교사절 언론취재단 및 현대아산 임직원 등으로 구성된 5백여명의 금강산 육로 시범관광단은 14일 오후 1시10분 남방한계선을 출발,내륙을 통해 금강산 현지에 도착했다. 관광단은 도착 직후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열린 기념식과 축하공연 참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관광 일정에 들어갔다. 오후 7시에는 남북 공동으로 마련한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펼쳐졌다. 남방한계선의 통문이 열리면서 통일전망대에 도착한 관광객들은 북쪽에 들어간다는 기대감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입춘이 지나고 대동강이 풀린다는 우수를 앞두고 있지만 비무장지대(DMZ) 주위에는 대부분 눈에 덮인 겨울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군사분계선(MDL)에서 3백?를 더 가니 북방한계선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문을 꽁꽁 닫고 있던 군사분계선은 남측 버스 행렬에 순순히 길을 열어줬다. 곧바로 북한군인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북한측 취주악단의 경쾌한 음악이 차 안에 흐르던 정적을 깼다. 남측 일행을 환영하기 위해 군사분계선 근처까지 와서 진을 치고 있던 이들은 평양시 소속 '청년여성 취주악단'이었다. 푸른 상의에 흰 치마로 통일한 50여명의 취주악단은 '반갑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통일 무지개'를 잇따라 연주했다. 취주악단 옆에는 리종혁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강광승 아태 실장, 방종삼 금강산관광총회사 사장 등 북측 인사 5명이 양복차림으로 남측 시범관광단을 영접했다. 남측에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조홍규 한국관광공사 사장, 한학자 도올 김용옥씨 등 20여명이 버스에서 내려 이들과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버스가 다시 시동을 걸고 폭 4?의 '7번 국도'라 부르는 비포장 도로를 달렸다. 북녘땅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백과사전에서 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던 감호가 손에 잡힐듯한 거리에서 관광객들을 맞았다. 이야기책 속 선녀와 나무꾼 전설의 배경이 바로 감호다. 감호에서 시선을 거두니 금강산 끝자락인 적벽산이 눈에 꽉찼다. 갑자기 도로가 넓어졌다. 군인들이 버스를 세웠다. 인민군 복장에 총을 휴대한 군인들이 버스에 올라 인원을 점검했다. 승객중 한명이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말을 건네자 "안녕하십니까" 짧게 대답했다. 점검을 마친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고성군이 보였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옛 역사(驛舍)와 토담집들. 60∼70년대 시골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마을은 바깥 세상과는 아무 관계 없는 듯 평화롭게만 보였다. 도로 주변 아이들이 겨울 햇볕을 받으며 관광버스 행렬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1시간여를 달려온 일행들은 장전항에 도착했다. 철책선만 없다면 불과 3∼4시간이면 닿을 곳.그곳에 오기까지 무려 50년이 걸렸다. 통관 절차를 마친 관광객들은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버스에 다시 나눠타고 온정각으로 향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