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7만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의 하락세가 최대 악재다.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도 잇따라 하향조정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전문가들은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가격이 하락할수록 원가경쟁력이 뛰어난 삼성전자의 경쟁우위가 돋보일 것이란 시각이다. 두달반만에 반도체가격이 절반이상 떨어졌는데도 주가가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는 것도 이같은 매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추락하는 반도체값 14일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반도체 DDR D램 가격은 급락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전날 평균 3.3달러 선까지 떨어진 2백56메가 DDR D램 가격은 이날 오전 3.2달러까지 내려오면서 처음으로 SD램 가격을 밑돌았다. 이같은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JP모건증권은 "공급 증가,PC부문 성장에 대한 부정적 견해 등으로 DDR 가격을 지지해 줄 만한 재료가 없다"며 "DDR D램 가격이 2.5달러 밑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진영훈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3월에는 아시아권의 개학시즌으로 일시적인 수요회복이 예상되고 급락에 따른 반등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5∼6월은 비수기인 데다 특별한 모멘텀이 없어 6∼7월까지는 2달러선까지 한차례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낮아지는 실적전망 노무라증권은 최근 삼성전자의 올해 순이익을 종전보다 5% 하향한 7조2천억원으로 추정했다. 목표주가도 45만원에서 32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이에 앞서 UBS워버그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종전보다 1% 낮춘 7조5천1백억원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반도체값이 더 떨어지더라도 다른 업체에 비해 삼성전자는 버틸 여지가 있는 상태다. 민후식 동양종금증권 기업분석팀장은 "현금성 비용은 산업평균이 3.3달러 수준이지만 삼성전자는 2.5달러,못한 곳은 4달러 정도로 추정된다"며 "대다수 업체들은 1월중반 이후 영업적자 상태"라고 설명했다. ◆D램값 하락은 오히려 호재(?)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은 "반도체가격이 더 떨어지면 견뎌낼 수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뿐"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원가경쟁력에 자신있다는 뜻이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대만 난야사 등은 적자생산에 빠져 향후 투자자금 마련 등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인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삼성전자 혼자 남아 독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반도체가격의 하락은 악재다. 그러나 핸드폰 등에서 지속적인 이익을 내고 있어 다른 반도체업체보다 상대적으로 강한 내성(耐性)을 지니고 있다. 민후식 팀장은 "삼성전자의 핸드폰 수출이 줄지 않고 있으며 TFT-LCD 가격이 미세하나마 올랐다"며 "안좋은 것은 D램 가격 뿐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반도체업체에 비해 안정된 주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외국인의 매도세가 약해지고 있어 당분간 26만∼28만원선의 박스권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미래에셋 이종우 운용전략실장은 "반도체업계가 혹독한 시련기에 들어서 있지만 오히려 삼성전자의 힘이 나타날 수 있는 기회로 볼 수 있다"며 "반도체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반도체시장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