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려는 새 정부의 정책방향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한국경제신문사는 노동연구원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노사단체들과 공동으로 13일 여의도 63빌딩에서 비정규직 고용문제에 대한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를 가졌다. 이원덕 노동연구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안주엽 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비정규 노동시장 실태)과 정이환 서울산업대 교수(비정규직 정책과제)가 주제발표를 하고 이어 학계 재계 노동계 등 각계 전문가 10명이 토론에 나섰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실태와 정책방향을 놓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비정규직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 하는 문제에서부터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논의를 벌였다. 주요 토론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주진우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사업실장 =발제자는 비정규직 규모가 27%라는 경총 및 노동부 입장에 서 있다. 그러나 고용이 불안정하고 각종 차별을 받는 노동자는 57%이며 이중에서도 상황이 더욱 심각한 30%의 노동자는 '무기계약 노동자' 혹은 '오분류'로 치부해 비정규 노동자 관련 정책에서 배제하는 것은 문제다. 27%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대책만을 제시하는 것은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 아니다. 무기근로계약 노동자(정규직)이지만 처우만 비정규직이라는 의미에서 '오분류'라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고용계약을 정하지 않은 임시직 노동자'라고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오분류 문제는 지난 80년대 미국에서 나온 얘긴데 노동계가 주장하는 '비정규직 57%'중 '나머지 30%'에 대해 정책에서 배제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동응 경총 정책본부장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고용의 유연성 제고를 통해 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은 범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나라는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고용보호 규제가 OECD 27개 회원국 중에서 두번째로 높을 정도로 지나치게 경직되어 비정규직 근로자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비정규직 규모 56.6%는 통계청 조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과다 추정한 것이다. 비정규직 임금이 96만원으로 정규직의 52% 수준이라는 노동계 주장도 이를 바탕으로 과다 도출된 수치다. 박영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기획국장 =비정규직의 증가와 고용의 질 악화는 정리해고 파견법 민영화 등 입법적 행정적 규제완화와 함께 기업 고용관리의 단기화 등으로 빚어지고 있다. 비정규직의 지나친 남용과 극단적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고용관계에 있어 입법 및 정부 정책에 있어서 균형회복을 위한 의식적 재규제 정책이 필요하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비정규직 근로의 실태는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비정규 근로가 장.단기적으로 증가추세에 있어온 원인에 대한 분석은 미진한 게 현실이다. 비정규직 증가는 90년대 전반에 걸친 장기적 추세의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90년대말 경제위기를 겪으며 일시적으로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소득증가에 따라 3차산업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도소매 음식 숙박 등 서비스 분야의 비정규직 비중이 높아지는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다. 또 정규직 노동비용이 늘어나고 영세기업이 크게 늘어난 것도 비정규직 확산의 중요한 원인이다. 노진귀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엄청난 차이는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비정규직에 대한 통계는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 통계를 정확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보호에 대한 처방을 내기에 앞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현 상태와 그간 추진된 유연화에 대해 근본적인 재평가가 필요하다.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한 기존 논의에 있어서 크게 문제가 됐던 것은 우리나라 노동시장 유연성 정도를 의도적으로 저평가 왜곡했다는 점, 노동시장 유연화를 맹신했는 점 등이다. 비정규직 규모와 관련해서도 논자들간에, 노.사.정간에 커다란 격차가 존재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고 비정규직 범주별로 구체적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최정기 전경련 사회본부 전문위원 =비정규직에 대한 개념정립과 실태파악이 안된 상황에서 '일정기간 이후 정규직화' 등을 법으로 강제하는 규제위주의 대책은 사적자치의 원칙과 시장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한 발상으로 우리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통계청의 경제활동 인구조사중 임시.일용직 근로자(약 52%)를 모두 비정규직으로 보는 시각이 있으나, 여기에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대부분과 계속 근무가 가능한 임시직이 포함되어 있어 전체를 비정규직으로 간주하는 것은 무리다. 김재훈 한림대 법학부 교수 =주제발표자는 통계청 조사의 고용계약기간을 정규직 여부를 판단하는 기본적 구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상 계약기간 등 근로계약을 분명히 체결하는 경우는 10%선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조사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경제활동인구 조사와 관련해 일본은 사업장과 개인조사가 병행되는데 반해 우리는 가구조사에 기초하고 있어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비정규직 문제'라고 하면 '정규직의 비정규직 전환', 즉 동일한 근로에서의 고용조건 악화라는 의미에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는 근로자의 56% 전체가 아니라 극히 일부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취업 근로형태 생산성 등에서 서로 다른 서열구조를 갖는 전혀 다른 노동의 문제임에도 세분화하지 않고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단순 합산해 문제를 파악하는 것은 비합리적 태도라 보인다. 산업간 기업간 생산성에 따른 상대적 임금차이 분석이 아니라 전체를 하나로 보고 차이를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강순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조정실장 =27%든 57%든 비정규직이 상당히 많다는 점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 산업과 직종을 불문하고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여성 노령 저학력층 건설업 도매숙박업 기능직 단순판매직 등 취약계층에 집중하고 있다. 임금뿐 아니라 근로시간 사회보험 등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임금 등을 단순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비정규직이 현 사회에 적합하고 중요한 하나의 노동형태임을 인정하되 남용에 대해서는 적절히 규제해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