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로펌 2005년 한국진출" .. WTO 협상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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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부터 외국의 유수 로펌(법률회사)들이 한국에 지점을 설립하고 국내 기업과 외국계 기업 등을 상대로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그러나 외국 로펌의 한국 지점이 국제법과 해당 국가의 법률 문제만 자문할 수 있을 뿐 소송 및 한국법 자문은 취급할 수 없도록 최소 수준에서 개방키로 했다.
13일 로펌업계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 아젠다(DDA)에서 논의할 한국측 협상안을 최근 확정하고 외교통상부와 협의를 거쳐 다음달 최종 발표키로 했다.
정부는 이같은 협상안을 토대로 2004년 말까지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다자간 협상을 거쳐 합의를 이끌어낸 뒤 2005년 1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법률시장 개방 문제와 관련해 정부 협상안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협상안에 따르면 현재 해외에 본점을 두고 영업 중인 로펌은 한국에 지점을 세워 국제법과 해당 국가 법률을 자문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1백여명의 외국 변호사들은 정식 변호사가 아닌 한국 로펌의 업무 보조직원으로만 일하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미국 호주 등 주요 법률서비스 수출국가들이 요구해온 핵심 내용인 △외국 로펌과 한국 로펌간 합작.제휴 등을 통한 공동 영업 △외국 로펌의 한국 변호사 고용은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한국 로펌에 고용된 외국 변호사들이 모여 독립적인 로펌을 새로 설립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외국 변호사가 한국법 자문이나 소송 업무를 취급할 수 없기 때문에 '푸른 눈'의 변호사가 법정에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소송을 주로 다루는 개인 변호사나 중.소형 로펌들은 개방에 따른 타격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로펌업계는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변호사 수가 2천∼3천명에 이르는 베이커&매킨지, 화이트&케이스, 클리포드 챈스 등 영.미계 로펌들이 한국에 지점을 설립한 뒤 적극적인 기업법률 자문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외국 기업과 한국 기업간 국제거래를 취급해온 김&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세종, 광장, 태평양 등 국내 대형 로펌들이 개방과 함께 시장의 일정 부분을 외국 로펌에 넘겨줘야 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외국의 유수 로펌이 한국에 들어선다는 것 자체로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며 "외국 로펌은 한국 지점을 해외 본점과의 연락사무소로 활용하면서 한국 기업이 외국 기업과 국제적인 거래를 할 때 법률자문 역할을 따내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개방안은 미국 호주 등 법률서비스 수출국들의 핵심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안이 그대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정부 당국은 이에 대해 "미국도 한국 법률시장을 '잠재력이 큰 곳' 정도로만 여기고 있는데다 최초의 개방 협상인 점을 감안하면 큰 변수가 없는 한 정부안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