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 경제에 '주의'신호를 보냈다. 그린스펀 의장은 11일과 12일 상원은행위원회 및 하원금융위원회에 잇따라 출석,"이라크전 위협으로 미 경제에 먹구름이 끼어 있는 상태"라고 전제한 뒤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어 미 경제의 성장경로를 판단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처럼 불확실한 시점에서 부양책을 쓰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감세에 초점을 맞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기부양안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미국 경제대통령'인 그린스펀 의장의 이같은 경기판단은 낙관적인 평가를 기대했던 월가의 예상을 깬 것으로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그는 경제전망과 관련,"단기적으로 이라크사태라는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기업투자가 활성화돼 경제성장이 촉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라크위기 해소가 미 경제의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다고 강조,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제거되더라도 미 경제의 급속한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올해 미 경제 성장 전망치를 당초(3.5~4%) 예상보다 낮은 3.25~3.5%로 제시했다. 이 수정 전망치는 경기둔화기였던 작년의 성장률(2.8%)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올 연말 실업률 예상치도 당초의 5.25~5.5%에서 5.75~6%로 수정,고용상황이 그다지 좋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금리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전문가들은 41년 만의 최저수준인 현 금리(1.25%)가 적어도 상반기 중에는 변경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