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간판이나 사회적 평가에 연연하기 보다는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선택을 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10일 1차 등록을 마감한 2003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서울대 법대 등록을 포기하고 성균관대 의대를 선택한 고재훈(18.대구대건고 졸). 김재령(20.대구 대륜고 졸)씨는 '소신있는 결정'을 내린 뒤 속이 시원한 표정이었다. 이번 서울대 정시등록 1차 마감결과 법대 합격자 중 미등록자는 고씨와 김씨 둘뿐이다. 이들은 지난달 14일과 29일 서울대 법대와 성균관대 의대에 모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대 법대'에 대한 미련으로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출신 대학,명문 학과 등이 꼬리표처럼 평생 따라 다니는 풍토는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정했다고 밝혔다. 고교에서 문.이과 계열 선택 당시에도 깊은 고민에 빠졌을 정도로 양쪽 학문에모두 흥미가 있었던 고씨는 문과계열 진학이후 이과 학문에 대해 미련이 남았고, 결국 서울대 법대와 교차지원을 허용하는 성균관대 의대에도 지원했다. "논리싸움을 통해 상대적인 진리를 찾는 법학공부보다는 과학적인 진리를 찾아가는 의학공부를 하는게 성격과 적성에 맞을 것 같아 의대를 선택했다"는 고씨는 "스스로를 믿고 내린 결정에 후회 없도록 학과공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씨는 의학에 대한 자신의 흥미도 고려했지만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대학졸업후 미래 진로에 대한 보장이 사회적 간판보다 우선한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라 의대를 택했다. "미래에 대한 진로가 확실히 보장되어야 보다 안정된 상황에서 마음껏 공부할수 있을 것 같았다"는 그는 "주사위가 이미 던져진 만큼 미련은 버리기로 했다" 밝혔다. 성균관대 입학처 관계자는 "의대의 경우 서울대 복수합격자들이 대부분"이라며"학교 간판보다는 자신의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고려, 학교를 선택하는 이들이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