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크전쟁 위기와 북핵문제 등으로 해외정세가 어수선한 가운데 경제정책을 둘러싼 혼선까지 겹치면서 실물경기가 한층 얼어붙고 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15개월 만의 최저치로 악화된 가운데 국제유가 급등으로 지난 1월중 생산자물가는 6개월 연속 상승, 9개월 만의 최고 오름세를 나타냈다. 5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업종별 매출액 기준 6백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89.3으로 2001년 11월(85.0)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BSI가 100을 밑돌면 경기가 전달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는 기업들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이날 산업자원부가 국내 5천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BSI 조사에서도 매출 수출 내수 경상이익 등 대부분의 업황 BSI(기준수치 4.0)가 4.0∼4.1을 기록, 전분기 전망치(4.3∼4.5)에 비해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도매물가인 생산자물가는 지난 1월중 농수산물과 석유 가격 상승으로 전달에 비해 1.0% 상승, 6개월 연속 올랐다고 한국은행이 이날 밝혔다. 이같은 상승폭은 지난해 4월(1.0%)을 제외하곤 98년 2월(2.5%)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큰 것이다. 이처럼 국내 경제지표가 악화되면서 미국 리먼브러더스가 올 1분기 한국의 성장률이 4%에도 못미칠 것으로 내다봤고 UBS워버그는 올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7%에서 4.3%로 낮추는 등 주요 외국 투자은행들이 국내 성장률을 잇달아 하향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데다 정권 교체기를 맞아 기업개혁 등 주요 경제정책의 향방이 확실하지 않아 기업들의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손희식.정한영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