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5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특별회의에 참석,"이라크가 세계를 기만하고 있다"며 위성사진과 감청테이프 등 이라크 정부의 유엔결의 위반을 입증하는 증거물을 제출했다. 또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2차 유엔결의도 강력히 촉구했다. 이에 따라 이라크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무력제재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가 2월내 조기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파월 장관이 제시한 증빙자료 중에는 유엔 무기사찰단이 이라크내 특정 지역을 방문하기 직전 이라크 군인들이 무기로 의심되는 물건을 황급히 치우는 장면을 촬영한 위성 사진들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지난달 이라크 연안에서 수입이 금지된 무기 재료들이 배에서 하역되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공개됐다. 파월 장관은 90분간의 연설을 통해 사진 증거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이라크 관료가 은폐된 무기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의 감청테이프도 즉석에서 틀어 동시 번역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증거물 중 이라크 관리와 알 카에다 조직원의 통화 내용을 녹음했다는 감청테이프에 대해선 신뢰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국가들이 많았다. 알 카에다와 이라크의 연계를 드러 내기 위해 미 중앙정보국(CIA)이 조작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라크 정부도 파월 장관의 연설 후 즉각 반박 성명을 내고 "미국이 제시한 증거물들은 자신들의 무력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억지로 꾸며낸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은 "이라크가 '중대시점(midnight)'까지 5분 남았다"며 "2차 사찰에선 이라크가 적극 협력해야 위기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4일 정상회담을 열고 이라크 위기 해법을 논의했으나 입장차를 해소하는데 실패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 무력공격을 허용하는 유엔 2차결의안 채택을 주장했으나,시라크 대통령은 유엔사찰단에 충분한 사찰시간을 부여해야 한다는 종전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