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현대상선 대북 2억달러 불법송금'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특검제를 도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4일 특검법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전방위적인 공세에 나섰고,민주당 내에서도 "여야가 정치적으로 타협하지 못할 경우 특검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정면돌파'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5일 예정된 총무회담에서 야당의 특검제 실시 주장을 여당이 전격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현대상선 대북 2억달러 불법송금'파문에 대해 검찰이 수사유보를 결정함에 따라 한나라당은 4일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공세의 수위를 높여 나갔다. 한나라당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와 주요당직자회의,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원내 과반을 점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특검법 처리를 결정함에 따라 오는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나라당이 이번에 마련한 특검법안은 지난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전후에 북한으로 건너간 의혹이 있는 '거래'전체를 다루기로 했다. 조사대상은 청와대와 국정원,산은,현대의 대북 비밀지원 관련 회사 등이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박지원 대통령비서실장,임동원 당시 국정원장,김보현 당시 국정원3차장 등 대북 비밀지원 당사자로 의심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남북교류협력법과 외환관리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박지원 실장에 대해선 국회에서의 위증 혐의를 추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들 인사에 대한 출국금지도 요청키로 했다.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이날 "대북 비밀지원 자금의 규모가 총 10억달러 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감사원은 지금이라도 뒷거래 자금의 총규모를 낱낱이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상선이 북한에 제공한 2억달러 외에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를 통한 1억달러 지원설 △현대전자 스코틀랜드 반도체 공장 매각대금 1억5천만달러 송금설 △현대건설의 1억5천만달러 송금설 △현대계열사 5억5천만달러 모금 의혹 등을 밝혀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또 이날 채택한 의총결의문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의 진상고백및 사죄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민주당의 말바꾸기에 대한 사과,검찰의 즉각적인 수사착수및 관련자 엄벌을 주문했다. 한나라당은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통령과 노 당선자에게 비밀지원과 관련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의 채택 여부를 논의키로 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