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홍콩 '龍의 머리' 빼앗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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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홍콩은 10여년전만 해도 중국내 비즈니스를 원하는 사람들이 거쳐야 하는 핵심 관문이었다.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매일 불편한 생활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국제전화 한 통화에 한 시간 이상이 걸리고,오후 9시 이후에는 마땅히 식사할 곳을 찾기도 어려웠던 게 중국이었다.
중국에 대한 이런 선입견은 지난 몇 년전까지 계속됐고,홍콩은 상대적으로 덕을 봤다.
심지어 외국자본이 중국에 물밀 듯 유입되고,외국인들의 관심이 고조됐지만 홍콩에 대한 경제·정치적 입지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상하이가 중국 동부지역에서 외국인투자의 핵심 도시로 부상하고 있으며,베이징도 궁극적으로 북부지역에서 예전의 홍콩 역할을 떠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홍콩의 리더들은 중국 산업발전 엔진인 남부 주강삼각주에서의 지배적 위치가 지속되길 희망하고 있다.
생산비가 높아지면서 홍콩 제조업체들은 1980년대 이후 이 지역으로 대거 몰려들었다.
그 결과 현재 삼각주지역 인구 3천만명 중 홍콩기업에 고용된 인력은 1천1백만명에 달한다.
둥젠화 홍콩특구 행정장관도 최근 "홍콩경제의 앞날은 주강삼각주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중국 수출량의 3분의1 정도를 차지하는 이 삼각주에서 우위적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홍콩경제 회복의 관건임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홍콩은 주강삼각주지대에서도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선전과 광저우가 그것이다.
위유쥔 선전시장은 최근 "선전은 홍콩 삼각주경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주강지역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루루이화 광둥성 성장도 "선전과 광저우를 금융센터로 키우겠다.
다국적기업들의 투자를 적극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맹목적 애국주의 성격이 강한 린수썬 광저우 시장은 "홍콩의 발전을 막지 않겠다.
따라서 홍콩도 우리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꺼려해서는 안된다"며 홍콩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 모두 저비용을 최대한 활용,선전과 광저우를 홍콩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런 의지가 구체화된다면 홍콩은 주강삼각주에서의 위상도,아시아 금융센터로서의 역할도 점차 약해질 것이다.
위협을 느낀 홍콩은 최근 들어 베이징 당국에 로비를 강화하고 있다.
선전 등의 삼각주투자를 가능한 한 불허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베이징당국은 표면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양측 모두에 이익에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단기적으론 홍콩의 로비가 삼각주에서의 위상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베이징당국이 선전 등에 투자특혜를 부여한다면 홍콩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쇠락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이런 어필이 통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 신세대 지도자들의 홍콩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 '특별배려'가 지속되기 어렵다.
또한 로비는 궁극적으로 자본시장 질서를 무너뜨려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따라서 홍콩은 베이징당국에 '불확실한 기대'를 걸기보다 스스로의 장점을 극대화해 위상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홍콩은 선전이나 광저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월등한 법률체제를 갖췄으며,부패도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자유경쟁 원리를 도입,아시아경제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홍콩이 '용머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베이징당국에 '인위적 보호'를 호소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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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Losing the Dragon's Head'란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