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북한 억지정책 시동 태평양사령부의 병력 증강 요청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억지정책(Deterrence Policy)을 펴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명목상으로는 이라크전쟁 발발시 걸프해역으로 이동할 항모 등의 공백을 메운다는 것이지만 한반도 주변의 군사력을 강화,미국이 이라크전쟁뿐 아니라 한반도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와 관련,워싱턴포스트지는 1일 "태평양사령부의 병력 증강 요청이 북한 핵문제와 관련된 첫 군사적 대응"이라며 "북한에 대해 군사적 해결방안을 열어 놓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뉴욕타임스도 영변 핵연료봉 움직임이 포착됨에 따라 북한이 대략 6기의 핵무기 제조를 준비중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부시 행정부가 군사적 선택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부시 행정부가 북핵의 평화적 해결 입장을 포기했다고 관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날 "북한과 기꺼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때문에 대부분의 미국 언론들은 미군의 군사력 증강 요청을 대북 '군사공격'보다는 '억지'쪽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국제사회 중재 움직임 가속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 집행위원회에 북한 핵문제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회부를 골자로 하는 보고서를 승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북한이 비확산 협정에 따르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위원회에 이미 제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가와구치 요리코 일본 외상도 이날 의회 외교정책 연설을 통해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한국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일본은 북한에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핵관련 시설 재동결,모든 핵무기 개발프로그램 포기 등을 계속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요르요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외무장관이 이끄는 유럽연합(EU) 대표단은 오는 11,12일 이틀 동안 북한을 방문,핵위기 해결책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그리스 외무부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대표단에는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안보정책대표와 크리스 패턴 대외집행관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대표단은 또 한국도 방문,남북한간의 대화를 적극 촉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진수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는 이날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후 구속력을 가지는 불가침협정 체결"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부시 행정부를 '신뢰할 수 없는 깡패집단'이라고 비난,핵위기 해결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