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첫 조각(組閣)이 하마평만 무성한 채 여전히 안개속이다. 당초 유력시됐던 인물들이 한 두가지 결점이 드러나면서 후보군(群)에서 탈락하는가 하면 '의외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노 당선자는 설 연휴기간 조각 구상을 끝내고 3일부터 장관 후보를 직접 면담해 인선할 예정이어서 누가 면접 대상이 될 것인지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 경제부총리 경합 치열 노 당선자는 고건 총리지명자의 안정적 이미지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개혁적 인물을 대거 포함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을 끄는 경제부총리(재정경제부 장관 겸임)에는 경제개혁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재계와의 마찰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 인물이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부총리 후보로 거론됐던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내부에서 "재벌개혁 정책을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재벌개혁이 노무현 정부가 추진할 정책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이유로 멀어졌다는 전언이다. 김진표 국무조정실장 겸 인수위 부위원장의 전격 발탁 가능성도 점쳐진다. 관료 출신으로는 노 당선자의 뜻을 가장 잘 이해하고 안정감도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인수위 일부에서 개혁성을 문제삼아 "절대로 안된다"고 반발하고 있는게 걸림돌이다. ◆ 비관료 출신 기용 가능성 금융감독위원장에는 윤진식 재경부 차관과 이정재 전 재경부 차관, 유지창 금감위 부위원장과 장하성 이필상 고려대 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기획예산처 장관은 김진표 인수위 부위원장 기용설과 박봉흠 차관 승진설이 유력하다. 산업자원부 장관 후보로는 이희범 생산성본부 회장, 김대환 인수위 간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건설교통부 장관에는 추병직 차관과 조우현 인천국제공항공사장, 이부식 교통개발연구원장, 홍철 인천대 총장, 손학래 철도청장 등이 떠오르고 있다. 노동부 장관에는 방용석 현 장관의 유임설과 안영수 노사정위 상임위원, 농림부 장관에는 안종운 현 차관과 양곡유통위원장을 지낸 정영일 서울대 교수, 성진근 충북대 교수 등이 하마평에 올라 있다. ◆ 장관 인선은 늦어질 듯 장관 인선은 3단계에 걸친 검증과정을 거친 후 5배수로 노 당선자에게 추천될 예정이다. 노 당선자측은 서울 세종로 정부 신청사에 별도 사무실을 내 장관 후보들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작업을 진행 중이다. 노 당선자는 고건 총리지명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처리된 직후 장관급 인선을 단행할 예정이었으나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발표하는 쪽으로 바꿨다. 적재적소의 인물을 찾기가 어려운 데다 인수위 활동을 침체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노 당선자는 장관 인선원칙으로 과거 정부에서 비리사건에 연루되거나 혐의가 있는 경우 무조건 탈락시킬 방침이다. 기업개혁 등 주요 정책에서 노 당선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도 주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