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 경영전문기자의 '경영 업그레이드'] 벼룩의 경쟁력은 네트워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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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경영이론가 찰스 핸디가 저서 '코끼리와 벼룩'에서 나눠 본 인생은 두 가지다.
하나는 덩치로 승부하는 대기업(코끼리) 소속의 직장인이다.
또 하나는 자신의 책임아래 날렵하게 움직이며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는 '1인기업(벼룩)'이다.
코끼리는 숫자가 줄어드는 대신 덩치를 더욱 키워갈 것이요,벼룩의 수는 날로 늘어갈 것이란 게 그의 전망이었다.
영국의 경우 1999년말을 기준으로 할 때 전체 회사 수 가운데 11%만이 코끼리였고 나머지 89%는 1인기업이거나 2∼4인이 모여 만든 벼룩이었다.
최근 국내에서 특별히 소속된 곳 없이 책을 쓰거나 강사 생활을 하는 1인기업이 늘고 있는 데는 이 책의 영향이 적지 않다.
특히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장) 공병호씨(공병호경영연구소장) 등이 성공을 거두면서 많은 이들이 코끼리 인생을 접고 벼룩 인생으로 거듭날 꿈을 꾸고 있다.
일상에 찌들어 사는 직장인들에게 벼룩 인생은 분명 매력적이다.
우선 자유롭다.
출퇴근도 마음대로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골라 할 수 있다.
또 아주 성공적인 경우는 수입이 월급쟁이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평생 일할 수 있다.
그러나 벼룩이 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나마 회사에 있기 때문에 받을 수 있었던 월급을 포기해야 한다.
주위 동료들 덕분에 '묻어서' 할 수 있었던 일거리가 사라질지 모른다.
또 자기가 싫은 것은 손대지 않기 때문에 일을 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배울 것이 적어진다.
브랜드를 제대로 쌓지 못하면 '개점휴업'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오기도 한다.
말로만 전문가이지 실제론 실업자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벼룩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그래서 이런 위험을 줄이는 데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무엇보다 우선 순위를 둬야 할 것이 자신의 한계를 분명히 아는 일이다.
혼자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한계를 드러내는 나이는 대체로 45세 정도다.
이 나이가 되면 아무리 브랜드가 좋아도,고정 고객이 많아도 혼자서만 뛰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부터는 그래서 다른 벼룩들과의 네트워킹이 불가결해진다.
벼룩끼리의 연합체나 전문가망을 구축하지 못하면 코끼리에 밟혀 죽거나 다른 벼룩들에게 모든 것을 빼앗길지 모른다.
진정한 벼룩이 되려면 그래서 혼자,자기 좋은 일만 하겠다는 좁은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경쟁하는 방식이 달라질 뿐 경쟁 강도는 절대 약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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