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9시 서울 쉐라톤워커힐 지하1층 파라다이스 카지노홀. 내국인 출입금지 구역이라 '방문'이라는 표찰을 달고 입장했을때 카지노홀의 분위기는 예상과 상당히 달랐다. 자욱한 담배연기에 빼곡히 들어찬 사람들, 시끌벅적한 실내 등 머리속에 그리던 카지노 풍경이 아니었다. 넓은 공간에 빈 자리가 많았다. 78대의 테이블 중 게임이 진행중인 테이블은 30여대가 채 되지 않았다. 7백50개의 좌석중 주인을 찾은 자리가 2백여석에 불과했다. 담배 피우는 사람은 있지만 실내공기는 그런대로 쾌적한 편이었다. 안내를 맡은 파라다이스의 박장선 계장은 "지금이 평일의 파라다이스 풍경"이라고 소개했다. 파라다이스는 고급 카지노를 추구하고 있는 회사다. 일본인, 중국인, 홍콩 싱가포르 등 동남아인 중 여유가 있는 사람이 도박이 아닌 게임을 즐기다 가는 곳이라는 인식을 얻고 싶어한다. 눈에 보이는 광경만으로는 이 전략이 맞아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블랙잭을 하고 있던 한 일본인 관광객은 "서울 파라다이스 카지노가 마카오 카지노보다 조용하고 쾌적해 카지노를 할때는 이리로 온다"고 말했다. 파라다이스의 내방객 수는 2001년 40만여명에서 지난해엔 38만여명으로 약간 줄었다. 하지만 실적은 2001년보다 대폭 호전됐다. 지난해 매출액은 2천3백88억원으로 2001년보다 8.9% 늘었다. 순이익도 2001년 3백67억원에서 지난해 4백57억원으로 24.5% 증가했다. 회사측은 실적호전의 요인을 VIP마케팅 강화 및 중국인 비중 증가에서 찾고 있다. 일반 관광객 수는 늘었지만 VIP손님은 약간 늘었다. 또 전체 내방객중 중국인 내방객이 2001년 10.8%에서 13.2%로 늘었다. 도박을 좋아하는 중국인이 많아지다보니 내방객수가 줄어도 매출과 이익은 늘고 있는 것이다. 파라다이스는 스스로 중국 경제성장의 수혜기업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중국경제 발전이 지속되고 중국내 내국인 카지노 설립금지가 유지된다면 비행거리가 가까운 서울 파라다이스가 내방객 유치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파라다이스는 이러한 분석에 기초해 일본에 치중하던 VIP마케팅을 중국에도 확대, 최근 베이징 상하이 등 5개 중국 주요도시에 마케팅 사무소를 열었다. 파라다이스는 최근 주가하락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다. 언젠가는 제대로 평가받을 날이 올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 주가부양책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이익증가 등 실적개선에 힘을 쏟고 국내외 IR를 통해 회사를 있는 그대로 알리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