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새로 지은 옷을 입는데 이 옷을 설빔 혹은 설비음이라 했다. 설빔은 빈부귀천,남녀노소에 관계없이 형편에 따라 준비했고 집집마다 가을부터 옷감을 준비해 정성껏 새옷을 장만해 뒀다."(복식 사전에서) 설 전날밤.아이들은 베개맡에 "때때옷"을 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을 기다리곤 했다. 새 옷을 입은 가족들은 새 마음으로 차례를 지내며 한해 복을 기원했다. 이영희 한국의상과 여성 캐주얼 브랜드 비키 디자인실로부터 설빔마련을 위한 도움말을 들어본다. 한복파 설에는 뭐니뭐니해도 한복차림이 제격이다. "이영희 한국의상"에 따르면 사극열풍과 함께 조선 초기 복식이 자주 노출되면서 저고리 길이는 가슴 아래선까지 길어지고 고름은 짧으며.동정과 깃은 약간씩 넓어지는 추세다. 양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의 갓저고리나 솜을 넣은 누비저고리는 "양의 해"에 한층 잘 어울린다. 컬러는 은은한 파스텔톤의 자연색조가 단연 인기.노랑색 계열은 치자의 겨자색,푸른색 계열은 쪽색,붉은색 계열은 대추홍색이나 홍시색 등 자연에서 얻어진 부드러운 색상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수를 놓거나 금박을 찍어 화려하게 치장하기보다는 전통적인 색감과 선의 아름다움을 살린 단아한 한복이 강세다. 설 한복으로는 두껍게 짠 실크 무명,양단,명주,털,솜등의 소재가 적당하다. 겨울옷으로는 두꺼운 옷을 한 겹 입기보다는 여러 겹을 차곡차곡 껴입어야 더 따뜻하다. 외출할 때는 따뜻한 공기를 많이 품어주는 솜두루마기나 갖두루마기를 입는다. 실내에서는 저고리위에 덧입는 배자가 입기에 좋다. 방한모격인 조바위와 남바위,손에 끼는 털달린 토시는 따뜻하면서도 보기에도 멋스럽다. 디자이너 이영희씨는 "혼사를 앞둔 신랑 신부는 물론 30~40대 주부들도 이질적인 소재와 소품을 어울려 입으면 개성있어 보이면서도 고급스럽다"고 조언했다. 양장파 한복을 차려입기 마땅치 않다면 화사하고 밝은 정장을 입어본다. 비키 디자인실은 딱딱해 보이지 않으면서 예를 갖출 수 있는 세미 캐주얼 수트를 추천한다. 예컨대 캐주얼한 느낌의 원버튼 재킷에 발목까지 오는 9부팬츠를 입고 앵클부츠를 신으면 명절 차림으로 손색없다는 것. 기상청이 이번 설 연휴가 예년보다 따뜻하리라고 예보한만큼 화사한 봄 정장을 활용해 멋을 내보는 것도 아이디어다. 트렌치코트 스타일의 짤막한 재킷은 단정하면서도 활동적인 느낌을 주어 명절 나들이에 제격이다. 체형에 관계없이 잘 어울리는데다 어느정도 격식도 갖출 수 있기 때문.특히 트렌치 재킷은 봄철에도 다양하게 입을 수 있어 실용적이다. 트렌치재킷을 장만한다면 화사한 베이지나 아이보리같은 밝은 컬러를 고른다. 안에 연한 녹색이나 하늘색 니트를 받쳐 입으면 화사해 보일 뿐더러 시선을 위로 끌어올려 한결 날씬해 보인다.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내고 싶다면 스커트를 어울려입는것도 요령.화이트셔츠에 노란색,연두색처럼 밝은 컬러가 포인트로 들어있는 스카프를 매 미리 봄 분위기를 내는 것도 좋다. 진주 목걸이나 장식달린 벨트,화려한 코사지를 이용하면 멋스럽다. 비키의 김태희 디자인실장은 "평상복을 응용하여 멋과 예를 갖출 수 있는 명절식 옷차림 아이템이 의외로 많다"며 "웃어른들을 많이 찾아봬야 하는 만큼 지나치게 유행을 따른 옷이나 요란스런 디자인을 피하되 가방,스카프,신발등으로 액센트를 주면 좋다"고 조언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