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10월초 도도가구 사무실에 독일에서 한통의 팩스가 날아왔다. 길준경 대표는 팩스 내용을 읽는 순간 환호성을 질렀다. 2000년 독일 쾰른가구박람회 참가를 허락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전직원들이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어요.이름도 없는 회사가 세계적인 가구박람회에 참가하게 됐다는 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경기도 양주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는 도도가구(대표 길준경)는 책상 침대 등 어린이 가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지난 91년 설립된 이 회사는 40명의 직원 중 절반이 디자인개발 인력일 정도로 디자인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유명 가구박람회를 공략해 수출시장을 개척했다. 내로라하는 업체도 참가하기 힘들다는 이탈리아의 밀라노가구박람회와 독일의 쾰른가구박람회에 국내 가구업체중 유일하게 출품하고 있다. 이들 박람회의 심사는 아주 까다롭다. 신청서를 낸 뒤 6년가량 기다려야 심사받을 수 있다. 전세계 수백여개의 가구업체들이 참가를 위해 대기하고 있을 정도다. 도도가구는 설립 초기부터 해외시장 공략을 목표로 세웠다. 미국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길 대표는 독특한 디자인이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고가제품은 이탈리아에,저가제품은 중국에 밀려 시장을 뚫는 게 어려웠어요." 길 대표는 제품의 디자인과 품질은 자신있었지만 자사제품을 알리는 게 문제였다. 특히 해외 바이어에게 홍보하기 위해서는 유명 가구박람회에 참가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98년 가을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 올랐다.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샘플을 들고 쾰른박람회 조직위를 찾아갔다. 처음에는 담당자조차 만나주지 않았다. 길 대표는 기회 있을 때마다 조직위를 방문,제품을 소개했다. 이렇게 하기를 1년여. 조직위로부터 '참가해도 좋다'는 팩스가 들어왔고 2000년 첫 출품했다. 회사측은 박람회 조직위로부터 독창성 있는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듬해엔 밀라노가구박람회에도 제품을 전시했다. 이 회사는 2001년 80만달러를 첫 수출했고 지난해엔 1백40만달러를 내보냈다. 올해는 3백만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밀라노박람회를 통해 계약을 맺은 세계적인 가구업체 치코사에 대한 어린이용 소파 수출도 포함돼 있다. 금액은 적지만 가구 본고장인 이탈리아에 수출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도도가구는 최근 미국 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 등지에 현지인들이 전시쇼룸을 낼 정도로 해외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5년 내 수출을 1천만달러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031)845-2600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