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할머니, 전재산 서울大에..김화영 여사, 시가 2억5천만원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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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70대 할머니가 자신의 전재산인 시가 2억5천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서울대에 장학금으로 내놓아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대(총장 정운찬)는 27일 "김화영 할머니(73)가 자신의 전재산인 서울 개포동 소재 15평 남짓의 아파트를 후학을 위해 써달라며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에 기탁했다"고 밝혔다.
김 할머니의 아파트는 사후 매각 처리해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하게 된다.
김 할머니가 서울대에 전재산을 기탁한 이유는 요절한 오빠 재규씨를 기리기 위해서다.
황해도 해주 출신인 오빠 재규씨는 1943년 수원고등농림학교(현 서울대 농대) 임학과에 입학했지만 폐질환으로 재학중 사망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수년째 연락이 없는 오빠를 찾기 위해 혼자 서울로 내려온 김 할머니는 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북쪽의 부모님과도 연락이 끊긴채 혼자가 됐다.
친척 한명 없는 남쪽에서 그는 미국정보기관에서 일하다 휴전 이후 수원시청을 거쳐 56년부터 서울시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했다.
그러던 중 81년 오빠 재규씨의 사망소식을 전해들은 뒤 김 할머니는 갑작스레 척추골절을 앓게 되고 89년에는 40여년 동안 몸 담은 공직을 떠나야만 했다.
그후 김 할머니는 요절한 오빠를 기리기 위해 뜻 깊은 일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고 결국 자신의 전재산인 아파트를 오빠의 모교에 내놓게 됐다.
김 할머니는 "내게 있는 것을 다 주고 가니 너무나 편안하다"며 "북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혼자 살아가는 외로움으로 평생을 살아왔지만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훗날 사회의 좋은 일꾼이 된다면 50년의 한도 눈 녹듯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총장은 다음달 4일 김 할머니를 서울대로 초청해 감사패를 수여할 예정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