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기업회계 부정사건이 잇달아 터졌지만 법원이 최고경영자(CEO)를 기소하기가 쉽지 않아 진땀을 흘리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지가 2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검찰의 손을 빠져나가는 CEO;부하직원의 증언이 관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CEO들이 유능한 변호사를 쓰는데다 일상업무를 하부에 위임,수사망에 좀처럼 걸려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회계장부 조작혐의로 미 재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월드컴의 버나드 에버스 전 회장과 에너지 회사 엔론의 케네스 레이 전 회장은 수사를 받고 있을 뿐 아직 기소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는 라이트 에이드사의 마틴 그라스 전 회장은 3년간의 수사끝에 작년 6월 기소됐지만 범행을 부인,버지니아 해변의 자택에서 연방대배심의 심리를 기다리며 살고 있다. CEO들을 회계장부조작으로 기소하기 어려운 것은 많은 CEO들이 회계와 관련된 대부분의 일상업무를 하부에 위임,자신은 실상을 정확히 몰랐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혐의에 연루된 CEO들은 인터넷 붐이 일었던 1990년대 말 기업합병이나 인수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외부강연 등에 치중,일상적인 기업 경영을 하부에 위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별 수사팀이 기업회계부정 관련 사건 1백30건을 조사했으나,실제 기소된 건이 거의 없는 것도 이같은 어려움의 반영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상대적으로 범행입증이 쉬운 탈세나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CEO 등을 기소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뉴욕 검찰이 회계조작 혐의를 받고 있던 타이코 인터내셔널의 데니스 코즐로우스키 전 회장을 기소한 것도 미술품 구매때 1백만달러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혐의였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