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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칼럼] 포퓰리즘에 대한 오해 .. 全哲煥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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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全哲煥 < 충남대 명예교수.前 한은총재 > 우리는 흔히 같은 말글을 쓰면서도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일상 말글보다는 전문가 사이 또는 그들의 용어,특히 추상성이 높은 철학·사상·이념 등의 언어나 낱말에서 많이 볼 수 있다. 1998년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후부터는 정권교체에 따른 기득권익의 상실을 우려해서인지,국민다수(대중)에 부응하는 정책성향에 대해 '포퓰리즘(人民主義;Populism)'적이라는 비판을 구사하는 언론과 평론이 많았다. 아마도 기득권층이 경계색으로 이 용어를 사용해서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희석시키고자 한 것 같다. 원래 '포퓰리즘은 여러 사회정치운동 국가정책 이데올로기를 가리키는 다양한 뜻을 지니는 개념'으로 문학에서도 많이 쓴다. 따라서 일반적 개념을 추출하기도 어렵지만,이를 본뜻과 다르게 사용해서 의미가 왜곡되고 듣는 자가 오도되는 때도 흔하다. 최초의 사회정치운동 이념인 포퓰리즘은 19세기 말 미국 남서부에서 일어난 집산주의(集産主義;Collectivism) 지향의 농민운동을 가리킨다. 두번째는 역시 19세기 말 제정(帝政) 러시아 혁명사상으로서 비자본주의적 발전을 지향하는 '나로드니크주의'운동의 다른 표현이다. 이들은 '인민의지'를 반영해 제정 러시아가 자본주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농민공동체와 소상품생산양식을 통해 사회주의적이고 평등한 민주사회로 이행하고자 했다. 세번째는 2차대전 후 남미,특히 아르헨티나에서 반특권계층의 지지로 다른 한계(限界) 정적을 통제하기 위해 지도자 개인의 호소력과 후원집단의 교묘한 지지를 업고 정권을 장악한 '페론주의'를 가리킨다. 이밖에 1960∼70년대의 탄자니아가 러시아형의 포퓰리즘을 차용해 발전이념으로 추진했으나,사회주의 체제붕괴 후 모두 역사적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다. 결국 19세기 후반의 비자본주의적 발전이념이고 운동이었던 전통적 포퓰리즘은 이제 모두 효율성 발전성 정당성을 상실했다. 따라서 지금은 위 네가지 의미의 포퓰리즘을 지향하는 발전이념의 재현이 비현실적이고 반역사적이며 우리 정부가 그런 포퓰리즘을 추구할 이유도 없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우리 언론 또는 평론가가 사용하는 포퓰리즘은 사회정치의 발전이념실현을 위한 운동이념이라기 보다,의사결정방식의 다수결성(대중)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바뀐감을 느낀다. 포퓰리즘을 '대중 추수(追隨)' 혹은 '인기영합주의'로 보는 것이 그 예다. 그러나 객관적 사실확인이나 운동법칙 인식,논리적 정합성 판단 등 과학원리추구를 다수의사에 따라 결정할 수는 없다. 반면에 집단의 선호여부, 즉 가치판단을 다수결에 따르는 것은 형식적 민주주의의 핵심가치다. 그런데도 '대중 추수'등이 합리성과 정당성을 지니지 못해 비판받기 위해서는 다음 두가지 의문이 해소돼야 한다. 먼저 다수인민인 대중이 비이성적이거나 불합리적이어야 다수결 지향의 포퓰리즘이 배척될 수 있다. 그러나 대중이 비이성적이고 무지한 우중(愚衆)이라면 민주주의 장전으로 받드는 A 링컨의 '(국민의,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정치'강령도 정합성을 잃는 모순에 빠진다. 그래도 좋은가. 둘째는 국민대중이 실제는 다수가 아닌 소수인데도 목소리가 커서 다수로 잘못 인식하는 다원적 무지(多元的 無知;Pluralistic Ignorance)에 빠진다는 것을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보통 평등 비밀선거 등 합리적 절차에 의해 정한 다수의사결정 결과를 다원적 무지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 기반에 대한 부정인데. 그 어느 것도 아니라면 개혁지향성과 민주적 의사결정 결과를 실패한 전통적 포퓰리즘과 동열에 놓거나,형식적 민주주의로서의 포퓰리즘을 부정하는 것은 기득권익 상실에 대한 저항수준의 명백한 오류다. 따라서 특별한 다른 의미를 지닌다는 명백한 정의 없이 잘못된 용어로 개혁지향정책을 매도하는 것은 과학성도 설득력도 지니지 못한다. 그래서 특정 사상 이념 등에 대한 이해와 오해 사이의 간극이 때로는 역사를 거꾸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chchon2002@yahoo.co.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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