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신랩의 홍성대 사장(45)은 지난 2001년 미국 유명 바이오기업인 F사로 부터 인수제의를 받았다. F사 관계자가 직접 경기도 양주본사를 방문,제안서를 내밀었다. 당시 F사는 인수대가로 엄청난 금액을 제시했지만 홍 사장은 정중히 거절했다. "전세계 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꿈을 안고 지난 15년간 기술개발에 매진해왔습니다.당장의 돈 욕심 때문에 어떻게 회사의 미래를 포기합니까." 홍 사장은 기술자 출신이다. 지난 88년 회사를 창업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손에 기름때를 묻히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 덕분에 일신랩을 국내 최고의 동결 건조기,초저온 냉동고 제조업체로 키워냈다. 일신랩의 동결 건조기와 초저온 냉동기는 바이오식품과 제약 연구 등에 쓰이는 필수장비다. 홍 사장이 일신랩을 창업하기 전만 하더라도 국내 제약회사나 병원,바이오업체 등에서 쓰는 동결 건조기는 모두 수입한 것들이었다. 그는 "기술자 입장에서 보기엔 제조원가에 비해 수입가격이 턱없이 비싸다고 느꼈다"며 "그것이 창업동기였다"고 말했다. 홍 사장은 창업자금 8백만원으로 조그만 작업실을 구하고 외국에서 구한 영문 매뉴얼을 읽어가며 손수 동결 건조기개발에 들어갔다. 창업전 이미 동결 건조기 수입회사에서 기술자로 일한 경험이 있어 자신감은 있었다. 결국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3년여만에 첫 제품을 만들어냈다.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품질수준을 고객이 1백% 만족할 정도로 향상시키는 것이 최고 목표"라고 말했다. 지금은 양주공장에 국내 동결 건조기 제조업체로는 유일하게 자동화 생산라인까지 갖추고 있다. "모든 공정의 자동화 생산라인을 갖춘 업체는 세계적으로도 7개밖에 안됩니다. 이미 해외전시회에서도 우리 제품의 품질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동결 건조기 국산화로 연간 2백50억원 규모의 수입대체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덧붙였다. 홍 사장은 요즘 무엇보다 해외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시장이 6조원 규모에 달할 정도로 크고 품질이나 가격경쟁력에서도 해외 제품보다 앞선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일신랩은 동남아와 남미 뿐 아니라 유럽시장진출을 위한 CE마크까지 획득했으며 지난해말에는 네덜란드에 유럽지사를 세웠다. 지난해 1백만달러를 처녀 수출한데 이어 올해에는 3배규모로 늘릴예정이다. 매출은 지난해 64억원에서 올해엔 80억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