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기존 정부조직과 예산제도에 메스를 대기로 했다. 조직개편과 예산제도개혁의 시기도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새정부 출범과 동시에 추진키로 했다. 이들 개혁과제는 청와대 비서진 개편 등 여타 부문 개혁방안과 맞물려 있어 시행시기를 늦출 경우 과거의 관성이 작용해 정부개혁이 표류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개편의 폭도 당초 예상과 달리 정부기능을 재편하는 선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직 인수위 고위관계자들은 "정부 개혁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의지가 강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정부개혁 조기추진 배경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당선 이후 "정부조직개편은 최소화 돼야 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 왔다. 김진표 인수위 부위원장도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수를 점유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정부조직 개편은 내년 총선 이후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 출범과 동시에 정부조직에 손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20일 인수위의 발표내용은 이와는 뉘앙스가 1백80도 달랐다. 정무분과 김병준 간사는 "정부 출범과 동시에 추진한다"며 시기가 앞당겨졌음을 강조했다. 그는 개혁의 폭에 대해선 "공무원을 대거 감축하는 하드웨어적 개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개혁위원회가 자문기구이긴 하지만 상당한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말해 경우에 따라선 정부 조직에 상당폭 수술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인수위측의 이같은 입장선회에는 두가지 배경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첫번째는 재벌개혁과 연계돼 있다. 재계측의 개혁을 강력히 주문하는 노 당선자로선 우선 '자기살을 깎는' 공공부문 개혁을 먼저 단행해야 명분이 설수 있기 때문이다. 또 청와대 직제개편을 할 경우 국무총리실의 내각 통할기능을 재조정해야 하는 등 정부 조직과 기능개편이 불가피해진 측면도 있다. ◆ 정부개혁의 폭과 내용 김병준 간사는 정부개혁의 폭과 관련, "정부조직을 대폭 줄이는 하드웨어적 개편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개혁 총괄팀장을 맡게된 윤성식 인수위원은 "조직개편 등 하드웨어적인 것도 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개혁이 기능재편 등 소프트웨어적 내용 이상을 담게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윤 위원은 특히 "예산개혁 없는 정부개혁은 없다"며 예산 등 재정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몇십년된 낡은 시스템으로 정부예산을 운용하고 있다"면서 "농어촌구조개선사업 등 몇십조원이 소요되는 대형사업은 시작할때 부터 철저한 분석이 전제돼야 하고 사후에도 잘잘못을 따져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 △성과주의 예산제도 및 복식부기제도 도입 △통합재무관리시스템을 활용한 국가재무제표 작성 △국민이 예산편성에 참여하는 참여예산제도 도입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행정개혁 방안과 관련,인수위 관계자는 '순환보직제'의 폐지와 '전문관료제' 구축을 급선무로 꼽았다. 이 관계자는 "우리 정부시스템은 무언가 잘못이 있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를 판단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서 순환보직제의 폐해를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 뉴질랜드에서 시행중인 장관과 차관의 성과계약제에 대해 "도입해 볼 만하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경제분과위의 한 관계자는 "정부조직개편이 착수되면 금융감독위와 금융감독원의 통합방안이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이밖에 △기획예산처를 실단위로 축소하고 △감사원을 제4부화해 독립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원순.김병일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