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차기 정부의 정책 전반에 대해 미국 헤리티지재단 등 보수적 성향의 국제 연구기관으로부터 컨설팅을 받도록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지시했다. 자신의 노선에 대해 '급진적 개혁'이라며 우려하는 보수계층의 불안심리를 '국제 검증'을 통해 해소시키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주목된다. 노 당선자는 20일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국민들 가운데 경제에 관해 보수적 견해를 갖고 있거나 사실 이상으로 변화와 개혁에 신경쓰는 사람이 있다"며 "신(新)자유주의 노선이나 그럴 것 같은 연구소의 컨설팅도 받아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대환 경제2분과 간사는 노 당선자에게 "지난번에 말한 헤리티지를 가리키는 것이냐"고 되물어 노 당선자가 이미 헤리티지의 컨설팅을 받겠다는 생각을 실무진에 전달했음을 시사했다. 노 당선자는 컨설팅 대상에 대해 "큰 틀의 국정 비전 등을 기존대로 넣을 것인지 말 것인지 등을 (검토)해 보자"고 말해 정책 전반에 대한 검증을 받을 방침임을 내비쳤다. 인수위 관계자는 "그동안 나온 '급진적이다' '성장보다 분배 중심이다' '시장친화적이지 않다'는 등의 평가가 타당한 것인지를 검증받겠다는 아이디어로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당선자도 "그래야(컨설팅을 받아야) 성장노선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3년 설립돼 워싱턴에 본부를 둔 헤리티지재단은 미국 공화당 계열의 보수주의를 대표하는 싱크탱크로 신자유주의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해 왔다. 70년대 복지국가 모델을 비판하고 세계화.탈규제화.민영화.효율성 등을 중심으로 한 정책대안을 추구하고 있으며 영국 '대처리즘', 미국 '레이거노믹스' 등의 경제정책 토대를 제공한 연구기관으로도 유명하다. 인수위 관계자는 "헤리티지 등에 정책 컨설팅을 받기로 한 것은 법 개정이 필요한 개혁은 상당 부분이 내년 총선 이후에나 실현 가능한 만큼,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