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착공도 하기 전에 아파트를 분양하는게 아니라, 다 지어놓은 뒤 분양하는 '후분양제' 도입을 인수위가 검토하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는 이미 여러차례에 걸쳐 고질적인 아파트 투기를 막기 위해서는 물론이고, 시공사의 도산 또는 부실시공으로 인한 입주예정자들의 피해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도 더이상 후분양제 도입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일부에선 주택건설업계 자금난 가중으로 인한 주택공급 감소,분양가 상승 등을 이유로 후분양제 도입이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같은 반론은 설득력이 약하다. 물론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입주예정자들로부터 중도금을 받아 공사비를 조달했던 주택건설업계는 새로운 자금공급원을 찾아야 하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수익성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필요한 자금을 끌어들이고 수익을 나눠 갖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활성화되면 큰 어려움은 없다고 본다. 게다가 사업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아 무모한 사업추진이 없어지고 시공사의 도산이나 부실시공 또한 크게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된다. 후분양제는 국내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앞당긴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국내은행들은 위험부담을 지지않은채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담보대출에만 치중해왔다. 이와는 달리 자체평가에 따라 위험부담을 지고 대신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우리 금융기관들이 마땅히 추구해야 할 선진 금융업태다. 주택금융이 활성화되면 정부가 주택경기 부양 또는 투기억제를 위해 냉온탕식으로 규제를 풀었다 조였다 할 필요도 없어진다. 주택금융시장의 금리등락이 주택경기를 조절해주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승 가능성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는 주택공급방식 변경보다는 주택수급사정에 달린 문제다. 따라서 분양신청자격 양도세과세 등을 실수요자에 유리하게 조정하면 큰 부작용은 없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시장평가에 따라 분양가가 차별화 돼 정부의 일방적인 분양가 규제에 따른 반발을 예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수위는 후분양제 도입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시행하느냐는 점을 놓고 고민해야 마땅하다. 지방·중소업체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잘못이다. 이들은 사업성이 좋지 않고 신용도가 약해 이미 자의반 타의반으로 후분양제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사업성과 신용도가 좋은 수도권과 대기업부터 대상으로 해야 옳다. 그래야만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