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학생 모집에서 특성화까지 폭넓은 자율성을 대학에 부여해 줄 것을 새 정부에 촉구했다. 정 총장은 서울 63빌딩에서 20일 열릴 대학교육협의회 정기 총회에 앞서 19일 배포한 '한국고등교육의 현 단계와 새 정부의 과제'란 주제 발표 자료에서 "각 대학들은 교육의 질을 높이고 우수분야를 특성화하지 않고서는 생존하기 어렵게 됐다"며 "학생 모집에서 교육과정 구성과 학교 특성화에 이르기까지 대학을 창의적으로 꾸려 나가도록 좀 더 폭넓은 자율성이 부여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총장은 "공대 기피현상으로 여러 대책들이 추진되고 있지만 땜질식 단기처방이 아니라 좀 더 거시적이고 안정적인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교육 이후까지를 보장하는 획기적 정책을 추진해 국가 번영의 기틀을 쌓은 근대 프랑스와 일본의 고급인력 정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정 총장은 "새 정부가 고등교육 연구개발 예산을 GDP의 1% 수준으로 높이도록 설정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며 "교육과 연구부문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면 교육.연구수준도 획기적으로 좋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 총장은 그러나 "제도를 뜯어고치는 등의 특별 정책에 앞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유도하는 등의 평범한 정책이 대학 교육과 연구의 질적 향상을 위한 기본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지원이 특별히 더 필요한 분야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같은 기초학문을 꼽고 "기초학문 분야에 우수인력을 계속 유인하고 지원하는 획기적인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한국 대학들은 다양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며 "변화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를 살피고 대학구성원과 사회,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함께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