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섰던 정부가 개선책 마련에 착수했다.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을 신용불량자로 전락시키고 있는 가계대출 억제 정책의 문제점을 해결하라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지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위원회와 재정경제부는 이미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을 직접 구제하기 보다는 '가계대출 억제로 인한 신용경색'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을 직.간접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용불량 위기에 직면한 사람들의 자금 숨통을 터줌으로써 신용불량자 증가속도를 누그러뜨리겠다는 계산이다.



◆ 신용불량자 급증 '위험수위'


노 당선자는 현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대책이 지나쳐 '서민 신용경색'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민생활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이 가계대출 억제책으로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실제로 은행권의 대출 억제가 장기화되면서 서민들이 사채시장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심사에 엄격해졌다.


국민은행의 신용대출 승인율은 지난해 10월 63.41%에서 12월 49.85%로 낮아졌고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중 49.6%에서 47.2%로 떨어졌다.


국민카드는 지난달부터 3개월 이상 연체한 고객에 대해서는 현금서비스를 중단했다.


농협은 5만원 이상 카드대금을 4개월 이상 연체한 고객에게는 현금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의 돈 빌리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



◆ 경기위축도 우려


가계대출 억제로 실물경기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우려도 반영됐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중 백화점 매출은 17.3% 감소했고 할인점 매출도 8.4% 줄었다.


유통업 매출동향을 조사하기 시작한 2000년 1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라는게 산자부의 설명이다.


경기흐름의 지표로 활용되는 백화점 의류 매출은 25%나 감소했다.


6개월 이후의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소비자 기대지수(CSI)는 지난 12월 94.8로 3개월 연속 기준점(100)을 밑돌았다.


기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는 지난 10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했다.


다행히 수출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늘어나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지는 않고 있지만 기업과 소비자들이 느끼는 심리 위축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경부는 올해 수출과 설비투자가 늘어나 연간 5%의 경제성장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대외여건 불안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목표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 서민금융 활성화 검토


재경부와 금감위는 지난해 하반기에 시행한 가계대출 억제책의 근간은 유지하면서 서민금융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부동산 가격안정과 직결되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현행 제도를 유지할 방침이다.


대신 신용대출 부문에서 규제를 완화해 신용도가 나쁜 사람들도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신용카드 대출에 대한 규제중 일부를 없애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이 몰리는 대금업소(등록 사채업자)의 이자를 낮추도록 해 현실적인 금융부담을 완화해줄 방침이다.


노 당선자가 선거공약에서 "대금업을 정착시켜 서민들의 금융부담을 줄이고 금리를 점진적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던만큼 대금업에 대한 금리규제 강화는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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