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14일 2차대전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전격 참배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2001년 8월, 2002년 4월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한국,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킬 패전기념일(8월15일)을 피하고 오는 20일부터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점 등을 고려, 이날 참배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북한핵과 이라크 문제 등으로 국제 정세가 긴박해진 시점을 이용해 조기에 참배를 마침으로써 주변국의 반발과 파장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참배 직전 기자들에게 "정월도 됐고 새로운 기분으로 평화를 되새기고 두 번 다시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된다는 뜻에서 참배한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총리는 매년 1차례씩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한국, 중국 등이 그 동안 과거 역사에 대한 국민 감정 등을 고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중지를 계속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중국의 경우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등이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문제를 기회있을 때마다 거론해 왔으며 이 때문에 지난 해 예정됐던 고이즈미 총리의 중국 방문이 연기된 상태다. 이와 함께 고이즈미 총리의 이번 참배는 야스쿠니(靖國)신사를 대체할 국립 위령시설 건립 문제가 사실상 흐지부지된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고이즈미 총리는 한동안 잠잠했던 야스쿠니 문제가 자신의 참배 강행으로 다시 불거지면서 한국, 중국 등 관련국이 강력히 반발하자, 일본 국민과 외국 국빈들이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위령시설 건립 문제를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었다. 이에 따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의 자문 모임인 '추도.평화 기원을 위한 기념비 시설 검토 간담회'는 지난 24일 종교에 관계없는 국립 전몰자 추도 시설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최종 보고서를 마련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최대 초점인 야스쿠니 신사와의 관계와 2차대전 A급 전범 합사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언급을 회피함으로써 간담회 설립의 당초 취지 조차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 보고서는 특히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돼 있는 A급 전범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새 위령시설 건립 여부에 대해서도 "최종적으로는 정부가 판단할 문제"라고 발을 뺐다. 고이즈미 총리는 일찍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8.15 참배'를 공약했다가 재작년의 경우 8월13일 참배로 한발 물러난데 이어 작년에는 주변국의 반발을 고려, 4월의 `춘계대제'때 참배했었다. (도쿄=연합뉴스) 김용수 특파원 y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