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조합이 아파트를 짓는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 예정부지 일부를 2억3천만원에 사들인 뒤 '땅값을 비싸게 쳐 주지 않으면 안 팔겠다'고 배짱을 부리는 수법으로 6개월 만에 11억3천만원에 되판 악덕 부동산업자가 적발됐다. 서울지검 강력부는 9일 부동산 브로커 최모씨(44)를 형법상 부당이득 과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작년 6월 모 주택조합이 경기도 일산지역 7천3백여평에 조합아파트를 건축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이중 77평을 소유한 진모씨 등에게 접근, 2억3천만원을 주고 다른 사람 명의로 사들였다. 조합주택을 지을 때는 해당부지 전체에 대한 소유권을 시행사측이 확보해야만 사업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 비싼 값에 되팔기 위해서였다. 최씨의 땅을 제외한 대부분을 사들인 시행사 Y건설은 최씨의 땅을 매입하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최씨는 '시행사측의 몸이 달도록'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남을 거부했다. 휴대전화번호를 바꾸고 잠적하기도 했다. 최씨가 Y건설 담당자를 만난 건 한 달 뒤인 지난해 7월께. Y건설측은 "사업부지 내 다른 땅은 평당 1백20만∼2백만원에 사들였으나 특별히 평당 4백만원까지 쳐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최씨로부터 거절당했다. 사업이 지연돼 막대한 손실을 입던 Y건설은 결국 10월께 평당 1천4백여만원씩 모두 11억3천4백50만원에 해당 부지와 인근 땅을 사들였다. 최씨는 앉아서 6개월 만에 9억4백50만원의 차액을 거머쥔 셈이다. 특히 최씨는 이 과정에서 세금을 포탈하기 위해 다른 사람 이름으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했으며 관련자들의 보복이 있을 것에 대비해 15㎝짜리 회칼을 상의 안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최씨의 행위는 '비싸게라도 땅을 살 수 밖에 없는' 시행사의 다급한 사정을 악용한 만큼 부당이득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신규분양 증가 및 재건축 붐에 편승해 불로소득을 얻으려는 부동산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는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이런 불법사례를 강력히 단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