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역연계망 구축으로 산업을 재충전 시키자 ] 대통령직 인수위는 최근 차기 정부의 10대 국정과제와 관련, "지역간 산업간 연계 등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개별 기업이나 산업공단 차원의 혁신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행정구역을 뛰어넘는 지역간 및 산업간 네트워크, 산.학.연 집적(클러스터) 등을 통해 '경제발전의 모멘텀'을 마련한다는 '신산업전략'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통신망 확충과 고속철도 개통 임박 등으로 '지역적 광역연계, 산업퓨전(이종 산업간 복합연계)' 등을 통한 산업 재충전 논의가 최근 부쩍 활기를 띠어 오던 차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 채택으로 결정적으로 힘을 받게 됐다. 비전이 참신하고 지역경제권의 기대도 크지만 지금의 산업 현실에 비춰 구체화되기까지는 난관이 한둘이 아니다. 전통 제조업은 중국에 밀려 하루가 다르게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고 비수도권 공단의 상당수가 조성된지 수년이 지나도록 입주기업을 찾지 못해 미분양 상태에 놓여 있다. 테크노파크 외국인특구 등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단위의 개별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책적인 연계성을 찾아보기 힘든 '전시용' 내지는 '생색용'이 대부분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복득규 수석연구원은 "제조업 포기 풍조나 중국으로의 이전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개별 산업의 입지나 기업 차원을 뛰어넘는 '네트워크' 전략을 통해 서둘러 산업 재충전을 하지 않으면 지역 불균형은 물론이고 산업 전체가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 홍진기 연구위원은 "지리적으로 떨어진 기업들이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일개 부처나 지자체 차원으로는 안되고 차기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지역 차원의 활발한 산업 재충전 움직임 =대구.경북개발연구원 이정인 지역연구실장은 "지역 대도시가 교육 연구개발 기능을 맡고 인근 중소도시가 제조 기능을 특화 발전시키는 등 자생적인 구상과 노력이 벌써 시작됐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밀어주면 의외로 빠른 재충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를테면 충청남도는 대전 대덕밸리의 기술력과 천안 아산 일대의 전자정보산업,그리고 당진 서산 장항을 잇는 화학.자동차부품 단지 등을 연계해 삼각형의 테크노벨트 조성을 추진 중이다. 강원도는 춘천권 원주권 강릉권으로 나눠 거점사업을 육성하고 이들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3각 테크노밸리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부산과 경남을 연계하는 가야밸리 구상, 서해안 축과 영남 강원을 연계해 국토 전체의 연계 개발을 주장하는 K밸리 구상 등도 같은 맥락이다. 대구 등 전통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영남내륙은 '산업클러스터 및 지역 연계'에 경제의 사활을 걸 정도로 적극적이다. 구미의 IT산업을 지원하는 하이테크단지가 대구와 구미의 중간 지역인 칠곡에 잇따라 들어서는 것도 대구와 구미를 '산업 네트워크'로 묶는다는 계획의 하나다. 대구 성서공단에 IT장비 제조업 등이 들어서는 것도 섬유 위주에서 '섬유+IT 퓨전형'으로 변화시키려는 지역 정책의 결실로 평가된다. 영남 해안벨트를 하나로 엮어보자는 논의도 나온다. 백상승 경주시장은 "포항(철강)~경주(관광, 레저)~울산(자동차, 유화)간 산업 연계가 이뤄질 경우 이 지역은 물론 한국 산업 전반이 '재충전'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주장했다. ◆ 내륙물류기지 등 산업연계 인프라 서둘러야 =지역네트워크 촉진을 위해선 복합화물터미널 같은 지역간 연계거점의 조기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정해 경북대 교수는 "수도권 부산권 중부권 영남권 호남권 등 5개 권역에 추진 중인 내륙화물기지(ICD) 건설 스케줄을 대폭 앞당기는 등 광역연계망 구축을 촉진하는 구체적인 정책사업을 정부 차원에서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중국의 약진 등으로 국내 산업 공동화가 너무 빨리 진행되고 있어 대응할 시간이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현재 수도권 부산권 화물터미널은 가동에 들어갔고 호남권은 지난해 말 착공했으며 중부권과 영남권은 내년에 착공할 계획인데 너무 늦다는 지적이다. 임주빈 건교부 물류시설과장은 "고속철도 개통과 고속도로 확충 등 교통인프라와 함께 이들과 연계되는 물류시스템을 체계화해서 나라 전체의 유통시스템을 '업그레이드' 시켜야 지역별 산업별 광역연계를 본궤도에 올려 놓을 수 있다"면서 "(노 당선자의 공약 등을 고려할 때) 차기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