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료와 식용유 시장에서는 CJ(옛 제일제당)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두 부문 모두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들어 선두를 제쳤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가정용 조미료 시장에서는 60% 이상의 점유율로 대상을 누르고 있다. 7,80년대 "미원-미풍 싸움"에서 밀렸던 상황과는 정반대다. CJ는 가정용 식용유 시장에서도 신동방이 경영난에 처한 틈을 타 선두로 치고 나섰다. 신동방은 업소용을 더하면 결코 CJ에 뒤지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조미료(가정용) 국내 조미료시장은 지난해 3천5백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이 시장은 오래 전부터 CJ와 대상이 양분해왔다. 양사는 숙명적으로 한 쪽이 웃으면 한 쪽이 울어야 하는 '제로섬 게임'을 펼쳐왔다. 한국경제신문이 CMS(www.cms.co.kr)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조미료 시장에서는 CJ가 62.3%(지난해 12월 기준)로 1위를 달리고 대상(37.7%)이 그 뒤를 쫓고 있다. CJ측은 "신세대 취향에 맞춘 광고마케팅과 종합조미료부문 경쟁력 강화 전략이 주효했다"면서 "이미 서울올림픽 전후에 미원을 제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상은 자사 점유율이 CMS 수치보다 7%포인트 높은 45%대라고 주장했다. 대상은 "점유율 1~2%에 연연하지 않고 품질로 승부하고 있다"며 "선두 탈환은 시간문제"라는 입장이다. 대상은 가정용 시장 주류가 발효조미료에서 종합조미료(야채 육류 해산물 등으로 만든 조미료)로 바뀌는 바람에 1위를 내주긴 했지만 앞으로는 그 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업소용과 산업용 조미료 시장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대상은 종합조미료 위주의 가정용 시장은 점차 비중이 줄고 있는 반면 주로 발효조미료를 쓰는 업소용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면서 발효조미료 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는 만큼 머잖아 권좌를 되찾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상은 건강을 중시하는 경향을 감안,동물성 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식물성 조미료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CJ측은 "새로운 조류에 민감한 신세대 주부를 적극 공략해 1위를 굳게 지키겠다"고 반박했다. ◆식용유(가정용) 신동방(해표)이 경영난으로 워크아웃 상태에 들어간 사이 CJ(백설표)가 식용유 시장 리더로 등장했다. CMS 집계에 따르면 CJ는 지난해 12월 39.1%의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신동방은 오뚜기와 2위를 다투고 있다. CJ는 기능성 식용유 '로프리'를 내놓고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하며 1위를 굳혀가고 있다. 신동방은 97년 자금난에 처하기 전에는 식용유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했으나 그후 CJ 오뚜기 등 경쟁사들에 시장을 잠식당했다. 오뚜기의 선전도 돋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점유율을 25.0%까지 끌어올려 신동방(23.6%)을 앞질렀다. 신동방은 올해 들어 점유율을 29.5%로 회복시키며 2위를 탈환했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처지다. 신동방은 그러나 자사의 식용유시장 점유율이 38%대라고 주장한다. 특히 자사가 압도적인 우위를 지키고 있는 업소용 식용유 물량을 더하면 전체적으로는 CJ와 대등하거나 근소하게 앞서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신동방 관계자는 "작년 말 워크아웃 자율추진으로 전환되면서 분위기가 고조된 상태"라며 "올해 43% 돌파를 목표로 영업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안에 가정용 시장 1위를 탈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동방은 현재 토코페롤(비타민E)이 2.5배 들어있는 식용유를 내놓고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편 식용유시장 점유율은 조사기관이 같은데도 각사가 내놓은 수치는 모두 달랐다. 한 회사가 제시한 자료엔 CJ 52.6%,신동방 31.5%로 돼 있으나 다른 업체가 제시한 자료에서는 CJ 50.2%,신동방 34.6%다. 제3의 조사기관 자료에는 CJ 45%,신동방 35%,대상 10% 정도로 나와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