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올 경영압박 우려..환율.유가 등 원가부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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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경영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연초부터 이라크 전쟁 가능성에 따른 유가 급등과 환율 불안정 등 대외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내수경기도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다.
게다가 신정부의 대기업 정책이 강경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 투자심리마저 위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올해 의욕적으로 마련한 매출 및 수익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악화되는 대내외 여건=원·달러 환율이 1천1백90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주요 기업들은 수익맞추기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자동차는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연간 3천2백억원,삼성전자는 1천5백억원 가량 경상이익이 줄어든다.
포스코와 SK(주)는 각각 1천2백원과 1천1백90원으로 잡았던 사업기준환율이 연초부터 무너지자 이를 조정하는 작업에 나섰다.
항공업계와 정유업계 등도 대응책을 마련중이다.
이라크 전쟁 가능성에 따른 유가상승도 원가상승과 매출부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등은 유가가 급등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내수판매가 급감하자 올해는 산타페 등 디젤차량의 판매를 늘리기로 하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업계도 김치냉장고 등 계절상품의 판매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데다 디지털TV 등 대형 가전제품의 수요도 급감해 울상을 짓고 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올해 경영계획을 수립할 당시에 비해 경제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며 "1·4분기 중에는 사업계획의 재조정 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위축 조짐=출자총액제한 대상 확대 등 신정부의 대기업 정책이 규제강화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내수경기마저 수그러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내 설비투자를 하반기 이후로 미루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계획했던 미국과 중국 현지공장 투자는 예정대로 집행한다는 방침이지만 국내 생산설비 증설은 신중하게 추진키로 했다.
올해 8조8천억원의 설비투자 계획을 내놓은 삼성전자도 보유현금과 영업이익 범위 내에서 실시한다는 방침이며 공격적 투자를 위한 차입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LG전자도 중국 인도 멕시코 등 현지생산 물량을 확대하기 위한 생산거점 확대가 우선투자 대상이라며 국내의 경우 R&D(연구개발) 외의 시설투자는 가급적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반면 현금 등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은 커지고 있다.
가장 안전한 금융상품인 국고채 금리는 5%선이 위협받고 있으며 기업들도 시설자금 확보를 위한 회사채 발행이나 신규차입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투자유보 등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대부분 기업들은 신정부의 경제정책이 확실한 윤곽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적극적인 투자를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강동균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