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탈(脫)권위주의 '파격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3김 정치'의 상징인 권위주의 문화가 일시에 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노 당선자와 민주당 선대위본부장들의 만찬석상. 당초 오후 6시로 예정됐던 만찬은 김진표 인수위 부위원장의 노 당선자에 대한 보고가 길어져 7시가 다 돼서야 시작됐다. 예정시간을 넘겨 시작한 노 당선자 주최의 만찬석상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전화를 받으러 자리를 뜨거나 옆사람과 환담하는 등 자유스럽게 행동했다. 특히 일부 인사는 노 당선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중간에 입장했고 일부 인사는 먼저 자리를 떴다. 정동영 이미경 의원 등은 오후 8시30분께 만찬에 참석했고 김원기 고문은 비슷한 시간에 행사장을 떠났다. 신기남 천정배 추미애 이강래 의원 등은 8시40분쯤 자리를 떴다. 이날 만찬은 대통령 당선자의 행사라기 보다는 일반인의 저녁자리에 가까웠다. 물론 이날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물꼬를 튼 사람은 노 당선자였다. 노 당선자는 "새로운 정치를 위해 개혁을 하는 마당에 작은 일부터 바꾸자"며 "내가 늦으면 식사를 먼저 하고, 약속이 있는 사람은 먼저 나가도 무방하다"고 먼저 분위기를 잡았다.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아울러 노 당선자는 이 자리에서 "나와 악수한 사람은 악수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먼저 앉도록 하라"고 거듭 탈권위를 주문했다. 노 당선자의 파격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노 당선자는 이날 오후에는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일반인들과 함께 사우나를 했다. 대통령 당선 직후 호텔 사우나에 불쑥 들어가 경호팀을 당황케 했던 노 당선자가 다시 대중사우나를 찾은 것이다. "일반시민과 호흡을 같이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도 있지만 소탈한 원래 스타일과도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