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e1home@yahoo.co.kr 얼마전 우연히 병원에서 막 퇴직한 교장선생님을 한 분 만났다. 중대한 수술을 앞두고 있던 그 분은 내게 이런 우화 한 토막을 들려주었다. 번창하던 한 나라에 왕이 있었단다. 어느 날 왕은 내로라하는 석학과 대신들을 궁전으로 불렀다. 느닷없이 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있고 아름다운 말을 지어 바치라고 주문했다. 뜻밖의 주문에 석학과 대신들은 머리를 싸맸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어렵게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는 반지 밑에다 한 구절을 새겼다. 반지를 가지고 고참대신은 왕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반지 밑에는 왕께서 찾으시는 가장 쓸만하고 아름다운 말이 쓰여 있습니다.한 번 보고 나면 사라지니,반드시 가장 요긴하다고 여겨질 때 반지를 빼서 읽어 보십시오." 왕이 반지에 대해 까마득히 잊고 있는 동안 이웃 나라에서 전쟁을 일으켰다. 간신히 도망나온 왕은 국경 근처에 불안하게 숨었다. 추격병들이 다가오는 절체절명의 순간,낙담과 위기 속에서 왕은 불현듯 반지가 생각났다. 반지를 꺼내 뒷면을 불빛에 비춰보니 그 곳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 순간 왕은 불안함이 없어지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왕은 바닥까지 떨어져 내린 몸과 마음을 추슬렀다. 그 뒤 왕이 고토를 회복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렇다. 항시 어려움과 부침은 있게 마련이다. 이를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돌이켜보면 끝이 없을 것 같던 IMF사태의 긴 터널을 지나온 것이 어느 덧 5년. 그 때는 얼마나 암담했던가. 유수의 은행들이 무너지고,거대 기업들이 연달아 쓰러졌다.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모두가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한순간의 고통처럼 그 사이에 우리 경제를 짓누르던 많은 부실들이 정리되었다. 이제 경제를 뒤흔들만한 위기변수는 크게 없어 보인다. 남아있는 문제들도 대부분 시장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고통이 지나간 자리에서 부실정리로 지금의 정부가 채 준비하지 못한 미래의 산업기반 구축을 기대하며 우리는 새해와 새 정부를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