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을 추모하고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요구하며 한 해를 마감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31일 오후 서울을 비롯한 전국 60여개 지역과 미국 LA 등 해외에서 동시에 열렸다.

'미군 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는 이날 오후 6시 서울 광화문에서 시민 수만명이 모인 가운데 촛불집회를 열고 부시 대통령의 직접 사과 등을 촉구했다.

범대위측은 특히 2003년을 '자주와 평화의 해'로 선언하고 SOFA 개정이 이뤄질 때까지 대규모 집회 등을 정기적으로 여는 등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단순히 촛불시위뿐 아니라 시민들이 두 여학생을 추모하는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직접 제안해 함께 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범대위측은 미국 대사관을 둘러싸는 과정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자체 질서유지 요원 4백여명을 투입했다.

또 행사를 끝낸 뒤 자정께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열리는 보신각 부근으로 이동해 시민들의 추가적인 행사 참여를 유도했다.

경찰은 이날 평화적인 촛불 추모 행사는 허용하되 주한 미국 대사관 방향의 행진은 불허한다는 방침 아래 촛불집회 2∼3시간 전부터 미대사관 부근과 시내 곳곳에 병력을 배치,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