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처럼 서로를 포용하고 아우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계미년 양띠 해를 맞아 양띠 신·구세대가 만났다.

올해로 만 24세가 되는 미혼의 장은정 LG투자증권 사원과 직장생활 23년차인 만 48세의 이창식 우리은행 개인상품개발팀장(부장)이 지난해 여중생 추모 사건,대통령 선거 등으로 불거졌던 세대간 시각차에 대해 서로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나눴다.

이들의 솔직한 대화에는 갈등의 벽을 허물고 희망을 향해 뛰자는 우리 모두의 소박한 새해 소망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창식 우리은행 부장=반가워요.

나도 스물한살짜리 딸이 있는데 마치 딸과 얘기하는 기분이네요.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일만 하고 제대로 놀 줄 몰랐던 우리 세대들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장은정 LG투자증권 사원=요즘 젊은 세대들은 자기 개발에 정말 열심이에요.

자격증 따기,어학공부는 물론 취미생활도 뺄 수 없죠.'일을 위해 개인시간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이=지나친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직장에서 신세대들이 자기 중심적인 행동과 당돌한 주장을 내세우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도 납니다.

선배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아쉬워요.

◆장=오히려 기성세대가 중요시하는 '의미없는 격식'도 문제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자기 일을 끝냈는데도 동료들이 퇴근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남아있는 건 소모적이라고 생각해요.

◆이=평소 선후배간 대화가 부족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기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대화를 위해 '술 먹자'고 제안해도 대부분의 신세대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거부하더군요.

스스로를 '늙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럴땐 소외감이 느껴져요.

◆장=TV 드라마에서 부서장이 '회식하자'고 제안할 때 직원들이 환호성을 치는 장면은 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

윗분들의 '기나긴' 일장훈시와 함께 술독에 빠지는 것 보다는 직원 모두가 함께 영화를 보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게 나은것 같아요.

◆이='술' 위주의 회식문화를 '놀이' 위주로 바꾸려고 노력도 해봤어요.

하지만 별 호응이 없더군요.

'끼리끼리' 놀고 싶어하는 젊은층의 성향은 이해하지만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하지 않을까요.

◆장=기성세대의 '군대식 사고방식'도 문제겠죠.'나는 옛날에 이랬는데 너는 왜 그러느냐'고 몰아붙이면 할 말이 없어집니다.

합당한 이유도 대지 않고 일을 시킬 때는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곤 해요.

◆이=대선 과정에서 세대간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났다지만 실제 대선에서의 '혁명'은 20∼30대들만 이룬 것은 아닙니다.

인터넷 등 신문화도 젊은층만의 전유물은 아니지요.

그런데도 출생연도만 따져 나이든 축을 '고루한 구세대'로 몰아붙이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도 있잖아요.

◆장=동감이에요.

세대간 갈등이 실제보다 부풀려진 느낌이에요.

월드컵 응원 때나 촛불시위 때 남녀노소가 모두 어우러졌지요.

스스로가 믿는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로 구분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나이로 편을 가르는 세태에는 문제가 있다고 봐요.

◆이=정말 우리사회 곳곳에 갈등이 있는 것 같아요.

이를 봉합하기 위해선 남의 의견에도 귀 기울이는 포용력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차라리 대선이 먼저 치러지고 월드컵이 나중에 열렸다면 우리 사회에 내재한 갈등의 상당 부분이 없어졌을텐데….

◆장=지난 한 해를 정리해보면 업무적으로나 자기 개발 면에서나 '어린 아이'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올해는 자기의 말과 행동에 책임지는 '어른'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작정이에요.

◆이=5년 동안 못했던 가족여행을 떠날 계획입니다.

또 가족 모두가 올해 달성할 5가지 목표를 세우고 매달 서로 점검해주기로 했습니다.

정리=임상택·오상헌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