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저무는 '팍스아메리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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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세계의 유일 초강대국이다.
흔히 미국은 19세기 '팍스브리태니카'의 대영제국과 16세기 국제해상권을 장악한 스페인에 비유된다.
그러나 미국은 과거의 대영제국과 스페인보다 더 강하다.
당시 영국과 스페인에는 독일과 프랑스라는 경쟁국이 있었다.
과거 세계 초강대국들은 주변국의 반감과 증오에 의해 붕괴됐다.
로마제국은 로마문화의 세계화에 대한 반감과 부의 집중에 대한 반란으로 멸망했다.
오늘날 미국 주도의 세계화에 대한 반세계화 물결은 옛 로마문화와 번영에 대한 주변국들의 반발과 유사하다.
지금 미국은 19세기의 대영제국에 비해 불안한 토대 위에서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대영제국은 당시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올리고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영국의 경상흑자는 국내총생산(GDP)의 7%에 달했다.
하지만 미국은 냉전에서 승리하고 세계가 미국식의 시장경제로 이동하고 있는 시기를 포함해 지난 20년 동안 대규모 경상적자상태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1년의 경우 경상적자는 GDP의 4.2%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미국이 세계 최강국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은 세계 각국이 미국의 안정을 지탱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4천억달러가 넘는 미국의 막대한 경상적자는 미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자본에 의해 메워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기업들의 주식과 미국의 재산(예컨대 미국 국채)을 사들이고 있는 덕에 미국경제는 대규모 경상적자에도 불구하고 그런대로 지탱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자본은 사실 세계가 미국에 지불하는 '안보 프리미엄(security premium)'이다.
각국이 미국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로 얻는 수익률이 미국이 해외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로 획득하는 수익률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미국의 금융자산을 사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미국이 엄청나게 쏟아붓고 있는 국방비에 대한 대가로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경제를 책임져 주고 있는 셈이다.
세계 최대 국방비 지출국인 미국의 연간 국방비는 국방비지출 순위 2~14위 국가들을 다 합친 것보다 많다.
그러나 그 누구도 해외자금이 미국에 무한정 유입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외국자본의 대미 유입기조는 나쁜 뉴스들이 몇개만 나와도 단번에 역전될 수 있다.
외국자본의 유입이 중단되면 미국의 증시와 부동산시장,달러가치는 붕괴된다.
이때 미국 소비자들은 더 이상 다른 나라에서 들여오는 값싼 제품으로 떠들썩한 잔치를 벌일 수 없게 된다.
미국 기업들은 자기 시장을 지키기 위해 혈안이 되고,그에 따라 외국기업들은 미국에서 설 땅을 잃고 세계경제의 평화적인 통합에 따른 과실을 따먹을 수 없다.
미국 금융시장이 붕괴되면 미국이 주도면밀하게 계산한 세계평화전략과 안보정책도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그동안 국방비를 너무 많이 썼다는 반성에서 국방비를 감축하게 될 것이고,이는 잠재적 경쟁국들,예컨대 중국에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 미국의 초강대국 지위는 19세기의 영국보다는 16세기의 스페인의 그것과 더 유사하다.
당시 스페인도 경상적자를 겪었으며 식민지국가들로부터 들여오는 귀금속에 의해 국가경제가 겨우 지탱됐다.
결국 미국의 쇠퇴는 이미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정리=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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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국 프린스턴대 해럴드 제임스 역사학교수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Lessons to learn from the decline and fall of empire'를 정리한 것입니다.
흔히 미국은 19세기 '팍스브리태니카'의 대영제국과 16세기 국제해상권을 장악한 스페인에 비유된다.
그러나 미국은 과거의 대영제국과 스페인보다 더 강하다.
당시 영국과 스페인에는 독일과 프랑스라는 경쟁국이 있었다.
과거 세계 초강대국들은 주변국의 반감과 증오에 의해 붕괴됐다.
로마제국은 로마문화의 세계화에 대한 반감과 부의 집중에 대한 반란으로 멸망했다.
오늘날 미국 주도의 세계화에 대한 반세계화 물결은 옛 로마문화와 번영에 대한 주변국들의 반발과 유사하다.
지금 미국은 19세기의 대영제국에 비해 불안한 토대 위에서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대영제국은 당시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올리고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영국의 경상흑자는 국내총생산(GDP)의 7%에 달했다.
하지만 미국은 냉전에서 승리하고 세계가 미국식의 시장경제로 이동하고 있는 시기를 포함해 지난 20년 동안 대규모 경상적자상태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1년의 경우 경상적자는 GDP의 4.2%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미국이 세계 최강국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은 세계 각국이 미국의 안정을 지탱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4천억달러가 넘는 미국의 막대한 경상적자는 미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자본에 의해 메워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기업들의 주식과 미국의 재산(예컨대 미국 국채)을 사들이고 있는 덕에 미국경제는 대규모 경상적자에도 불구하고 그런대로 지탱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자본은 사실 세계가 미국에 지불하는 '안보 프리미엄(security premium)'이다.
각국이 미국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로 얻는 수익률이 미국이 해외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로 획득하는 수익률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미국의 금융자산을 사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미국이 엄청나게 쏟아붓고 있는 국방비에 대한 대가로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경제를 책임져 주고 있는 셈이다.
세계 최대 국방비 지출국인 미국의 연간 국방비는 국방비지출 순위 2~14위 국가들을 다 합친 것보다 많다.
그러나 그 누구도 해외자금이 미국에 무한정 유입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외국자본의 대미 유입기조는 나쁜 뉴스들이 몇개만 나와도 단번에 역전될 수 있다.
외국자본의 유입이 중단되면 미국의 증시와 부동산시장,달러가치는 붕괴된다.
이때 미국 소비자들은 더 이상 다른 나라에서 들여오는 값싼 제품으로 떠들썩한 잔치를 벌일 수 없게 된다.
미국 기업들은 자기 시장을 지키기 위해 혈안이 되고,그에 따라 외국기업들은 미국에서 설 땅을 잃고 세계경제의 평화적인 통합에 따른 과실을 따먹을 수 없다.
미국 금융시장이 붕괴되면 미국이 주도면밀하게 계산한 세계평화전략과 안보정책도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그동안 국방비를 너무 많이 썼다는 반성에서 국방비를 감축하게 될 것이고,이는 잠재적 경쟁국들,예컨대 중국에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 미국의 초강대국 지위는 19세기의 영국보다는 16세기의 스페인의 그것과 더 유사하다.
당시 스페인도 경상적자를 겪었으며 식민지국가들로부터 들여오는 귀금속에 의해 국가경제가 겨우 지탱됐다.
결국 미국의 쇠퇴는 이미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정리=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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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국 프린스턴대 해럴드 제임스 역사학교수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Lessons to learn from the decline and fall of empire'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