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보다 불황이 극심했던 올해 미술시장이 남겨준 교훈은 '자본만 믿고 화랑 문을 열면 반드시 실패한다'는 점이었다.

미술품 판매가 인기 작가에만 국한되고 중견·신인작가의 작품이 외면당하는 현실은 화랑에도 똑같이 적용됐다.

특히 기획과 마케팅 능력이 있는 대형 화랑들은 그런 대로 유지될 수 있지만 소규모 화랑들은 생존하기 극히 힘들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한 해였다.

미술자료전문연구소인 김달진미술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문을 닫은 화랑이 서울에서만 20개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명동에서 오랫동안 갤러리 간판을 유지해오던 명동화랑을 비롯해 인사동의 대림화랑 마이아트갤러리 하우아트갤러리 갤러리다임,사간동의 조성희화랑 등이 폐점했다.

이는 14곳이 문을 닫은 지난해에 비해 40%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중에는 개관한 지 1년도 안돼 문을 닫은 곳도 적지 않았다.

이에 반해 올해 서울지역에서 문을 연 화랑은 한미문화재단의 사진전문화랑인 한미갤러리 갤러리이선 갤러리가이아 갤러리미앙헌 하나아트갤러리 백해영갤러리 갤러리드루 등 11곳이었다.

화랑 밀집지역인 인사동 평창동 청담동에 새로 들어선 화랑들은 사진이나 고미술 앤틱주얼리 등 전문 분야로 특화한 것이 특징이다.

화랑 운영이 갈수록 쉽지 않다는 점은 지난해 9월 인사동에 문을 연 이화익갤러리의 케이스에서도 드러난다.

이씨는 국립현대미술관을 거쳐 갤러리현대에서 6년간 기획전시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독립해 갤러리를 운영해 왔다.

이화익 대표는 "고객층이 한정돼 있다 보니 큰 화랑으로만 몰려 영세 규모의 화랑은 작품 판매가 어려워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지난 1년간 현상유지한 것만도 다행"이라고 실토한다.

이제는 자본과 기획력만으로는 화랑 운영이 힘들다는 얘기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