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미술은 화면을 가득 채우지만 우리 미술은 적절히 비워두지요.말과 침묵이 조화를 이룰 때 그 메시지가 무게를 갖는 것과 같은 이치죠.인생도 여백이 있어야 아름답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도미니크 수도원 사제이자 화가로도 유명한 김인중 신부(62).

그가 5년만에 두번째 화집을 출간하고 이를 기념하는 전시회를 파리에 이어 지난 19일부터 니스에서 열고 있다.

벨기에 단넬스 추기경이 쓴 시에 그림을 곁들인 판화시화집 '십자가'(cerf 출판사간 1백60권 한정본)도 펴냈다.

"사제의 길이나 화가의 길이나 결국은 하나입니다.영혼을 맑게 헹궈주고 서로의 사랑을 따뜻하게 북돋워주는 것이지요."

김 신부는 '예술가와 성직자라는 두 개의 가지로 사랑의 열매를 선사하는 나무'로 불린다.

유럽뿐 아니라 미주 지역에서도 '빛의 화가'란 찬사를 듣고 있다.

34년전 프랑스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스위스 수도원 생활을 거쳐 파리에서 28년째 생활하고 있다.

환갑을 이미 넘겼지만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요즘은 아일랜드 더블린대학 등 4개 국가로부터 작품을 의뢰받아 더욱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고국에 대한 그의 사랑 또한 남다르다.

3년마다 한국에서 전시회를 갖고 수익금 전액을 장애인 등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달해 왔다.

내년에는 한국에서 화집 출판기념회를 열어 그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일률적인 잣대를 강요하지 않고 자유로운 생각을 펴나갈 수 있게 사람을 키우는 사회,예술과 삶이 조화를 이루고 사랑과 믿음이 따뜻하게 손을 맞잡는 사회,남보란 듯 과시하기보다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하루 빨리 이뤄지길 기도하며 오늘도 그림 그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니스(프랑스)=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