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ist' 두가지 색깔의 변주곡] 여교수의 뒤틀린 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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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라는 같은 제목의 영화 두 편이 잇따라 영화관객들을 찾는다.
지난해 칸영화제 대상과 남녀주연상을 받은 미하엘 하나케 감독의 멜로 "피아니스트"(원제 La Pianiste)가 현재 서울 코아아트홀에서 상영중인데 이어 올 칸영화제 작품상(황금종려상)을 받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전쟁드라마 "피아니스트"(The Pianist)가 내년 1월1일 일반에 공개된다.
영화 마니아라면 놓치기 아까운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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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영화 "피아니스트"는 중년의 음대여교수와 남자 제자간의 새도-마조히즘적인 사랑을 충격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연상녀와 연하남의 러브스토리 구도로 출발하지만 여주인공 내면에 웅크린 본능을 끄집어 내면서 전통적 장르의 공식을 뒤집는다.
이 작품은 프로이트적인 정신분석학 관점에서 상당한 리얼리티를 성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는 독신녀 에리카(이자벨 위페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빈 음악학교의 피아노 교수인 그녀는 감정을 배제한,정교한 테크닉의 연주로 이름높다.
하지만 성적 욕망은 변태적으로 표출된다.
섹스숍에서 홀로 포르노비디오를 보거나 카섹스하는 연인들을 훔쳐본다.
심지어 자신의 성기에 상처를 내 피를 흘리기도 한다.
그녀의 이런 모습은 제자 클레메(브누아 마지멜)와의 독특한 관계를 예고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에리카는 새도-마조히즘의 전형이다.
"날 사랑한다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는 그녀의 가학성은 시간이 흐르면서 "날 강간해줘"의 피학성으로 변질된다.
최초의 가학성은 제자를 사랑함으로써 지위가 역전될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의해 생긴다.
나중의 피학성은 공격의 쾌락에 탐닉하면서 관계의 역전을 자연스럽게 수용한 결과다.
그녀의 변태성욕은 리비도(성충동)와 타나토스(죽음의 본능)가 결합한 양상이다.
프로이트는 타나토스에 스며있는 공격본능은 일단 맛들이면 단념하기 어려운 쾌감을 동반한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에리카는 애절한 러브스토리를 차갑고 공격적인 방식으로 수용하고 표출하는 것이다.
그녀의 새도-마조히즘적 성향은 어머니의 성적 억압에 의해 시작됐다.
히스테리컬한 어머니는 에리카에게 사랑을 나눠주지 않으면서 딸이 자신의 품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했다.
이로써 에리카는 성에 대해 탐색의 기회를 상실한 나머지 두려움을 갖게 됐다.
그녀는 영화에서 어머니로부터 탈출을 시도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그녀의 삶은 마지막까지 슬픔으로 채색될 것이다.
이자벨 위페르는 우아한 겉모습속에 가리워진 날 것의 본능을 생동감있게 표출함으로써 양극의 인간본성이 한몸임을 보여주고 있다.
위페르는 "육체의 학교""천국의 문" 등 60여편의 영화에 출연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여배우다.
브누아 마지멜은 여성의 새도-마조히즘적인 성향에 반응하는 남성의 모습을 잘 연기해냈다.
미하엘 하나케 감독은 전작 "퍼니 게임"에서 인간에 내재한 폭력성을 그린데 이어 여기서 변태성욕의 어두운 그림자를 성공적으로 포착해내고 있다.
상영중,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