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북 영변 5㎿ 원자로의 재가동을 위해 새 핵연료봉 1천개를 저장시설에서 원자로로 옮겼다. 정부 당국자는 26일 "북한이 지난 25일부터 사용전 연료봉을 원자로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이 확인했다"면서 "이 원자로에 출입하는 북한 기술자들도 두세명에서 수십명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같은 행동은 핵시설 동결해제가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 연료봉 이동 파장 =북한이 재가동 준비에 본격 착수한 5㎿ 원자로는 지난 86년부터 제네바합의가 체결된 94년까지 가동된 원자로다. 북한은 이 원자로를 8년 이상 가동할 수 있는 연료봉을 확보하고 있다. 이 원자로를 가동하면 1년후엔 1개의 핵폭탄을 만드는데 필요한 6∼8㎏ 가량의 플루토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의 봉인해제 조치가 IAEA의 동결감시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였다면 원자로 재가동은 94년 제네바합의에 따른 핵동결을 실질적으로 파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원자로가 재가동되는 시점에 맞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이사국들은 경수로 건설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 ◆ 정부 대응 =북한이 핵연료봉의 원자로 이동 등 핵동결 해제를 위한 절차를 급속하게 밟아감에 따라 우리 정부가 다급해졌다. 정부는 26일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열었다. 이날 결정된 대책은 북핵 문제 평화적 해결을 위한 외교 노력 강화와 북한에 대한 핵개발 포기 설득의 두갈래로 요약된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응 수위를 높여갈 땐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 대북제재 등 강경방침도 쓸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의 외교적 노력은 다음달중 열릴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를 통해 구체화된다. 이에 앞서 한.일은 이날 외교당국자간 접촉을 갖고 북핵 문제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 정부당국은 다음달로 예정된 9차남북장관급회담과 남북적십자실무접촉에서 북한을 설득할 계획이다. 그러나 우리측의 설득이 효과를 거둘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이 문제는 남북간의 현안이 아니라 미국과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어 피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북한이 핵개발 추진사실을 시인한 후 남측의 핵 포기 요구에 북한은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고 있다. 김영근.홍영식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