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예수 탄생을 축복하는 성탄절인 25일 오전 서울 아산병원 서관 6층 소아암병동. 간호사와 의사 등 20여명 의료진들이 산타 복장을 하고 병실마다 돌아다니며 인형과 모형 비행기 등 장난감을 어린이 환자에게 나눠주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했다. 산타 복장의 울산의대 학생 10여명도 병원을 찾아와 캐럴을 불러 주며 어린 환자들과 성탄을 즐겼다. 이날 서울 노원구 공릉동 공릉 1단지 노인정에서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성탄 미사'가 열렸다. 성공회 무악본당 김문수 신부는 "성탄절을 맞아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며 흐뭇해했다. 서울 광화문에서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주최로 미국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여중생들을 위해 '효순이 미선이와 함께 하는 성탄 미사'가 열렸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아 시민들은 가족과 함께 가까운 성당과 교회를 찾거나 집에서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는 등 차분한 하루를 보냈다. 크리스마스 직전까지 계속된 대통령 선거 바람과 사망 여중생 추모 등이 이어진 분위기 탓인지 예년에 비해 성탄절 분위기가 한층 차분하고 성숙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유통업체와 이동통신 업체들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경품 행사 등 젊은층을 겨냥한 각종 마케팅 이벤트도 예년에 비해 시들했다. 서울의 명동, 신촌 유흥가와 코엑스몰 강남역 일대 등은 방학을 맞은 학생과 성탄절을 즐기려는 연인들로 북적거렸지만 '여중생 촛불 추모 분위기' 등을 의식한 탓인지 흥청망청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화이트 크리스마스 경품을 내건 곳은 농수산쇼핑 올림푸스한국 등 모두 31곳에 수입보험료도 1억4천1백만원으로 작년(9억3백만원)의 15.6%에 불과했다. 서울 종로구에 하루 적설량 1㎝ 이상이 쌓일 경우 고객중 1명에게 현금 1억원과 1천명에게 10만원의 적립금을 주기로 한 농수산쇼핑 e커머스팀 노충원 대리는 "이같은 마케팅이 성공하려면 10만∼20만명의 고객은 참여해야 되는데 24일 밤까지 신청자가 3만여명에 그쳤다"고 밝혔다. 친구와 함께 서울 강남 코엑스 영화관을 찾은 김상수씨(27)는 "서울 명동과 신촌,강남 등 일부 유흥가가 북적거리기는 했어도 성탄절 분위기가 예전보다 차분하고 경건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